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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환기의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질서
  •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전환기의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질서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에서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이며 한중사회과학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하였고 해군발전자문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중국 및 국제관계 시사 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주요 저서로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판도라의 상자 중국20여 권의 저·역서와 약 110편의 학술논문이 있다.


 

오는 7, 중국은 대내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강조하는 두 개의 백 년, 즉 공산당 창당 100년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을 통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 달성의 교두보인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다. 전면적인 중산층 사회(小康社會) 건설 완성과 지속 발전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년 10월경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표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새로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적 대중 압박 천명에 대한 대응과 정책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에 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를 만나 중국의 이러한 정책 운용 계획과 구상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대담 | 최운도, 재단 교육홍보실장

 

 

Q1.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트럼프의 강경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적 판단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A1.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이어 나가려 합니다. 이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트럼프의 대중 압박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국무장관의 언급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다만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과 함께중국을 상대하는 다자 대 중국구도를 구축하여 법치주의와 국제주의를 강조하고, 중국의 모험주의를 저지하며, 민주·인권·노동·가치·환경 문제를 더해 중국을 제어하고 조직적으로 압박할 것입니다.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주요국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이뤘고, 올해도 8%대 경제 성장을 예상합니다. 이를 계속 용인하면 미국의 국제 지위 회복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는 손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정책에 공감하는 미국 조야의 초당적 합의와, 중국이 미국인의 삶과 국제 지위를 강력히 위협한다는 인식을 통해 내부적 분열을 봉합하는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변화 문제에서 협력을 강조하고, 코로나19차이나우한武漢등의 지명을 붙이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군연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따른 중국 3대 통신사의 뉴욕 증시 퇴출 결정을 번복했습니다. 이는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며, 규범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제스처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일시에 와해시키려는 미국 산업계의 시도는 바이든 행정부에 상당한 부담일 겁니다. 때문에 약간의 공존 공간도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2. 결국 미국의 대중 정책은 FOIP에 대한 국제 전략과 연관될 텐데요, 미일 동맹의 견고성이나 미일 관계의 친밀도에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A2. FOIP(Free and Open Indo-Pacific,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는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제창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채택한 미일 외교 정책입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목표로 하는 구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는 중국을 도전자의 반열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핵심은 중국의 첨단 기술 확산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기술 패권 전쟁이고, 중국의 부상을 군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제도화입니다. 이미 미국 주도로 인도,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하는 쿼드Quad’ 고위 관료 회의를 열었고, 대만 해협에 구축함을 통과시키는 군사적 압박도 계속되는 중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천문학적인 건설 인프라 투자와 첨단 기술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앞으로 바이든은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보장이나 대만관계법 이행은 물론, 중국의 인권 탄압에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이 중국과의 극한 경쟁을 천명한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 구도의 복원과 강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일 동맹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극도로 경계하는 일본은 트럼프 시기에도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바 있으므로 동맹 중시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와의 밀착도가 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한미 동맹의 결속도는 미일 동맹보다 떨어집니다. 이 점에서 미국은 역사와 현실 문제가 혼재하여 협력 구도를 만들지 못하는 한일 관계를 우려합니다. 이제는 역사 문제와 현실 문제를 분리해서 협력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한일 문제가 한미일 협력 구도 복원에 방해가 된다면,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점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은 미국과의 소통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Q3. 미국은 한국의 FOIP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한미 안보 협력과 한일 역사 갈등 사이의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3. 우리 정부는 미국의 FOIP 참여 요구에 주저하는 모양새입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의 최대 조력자인 중국의 역할과, 최대 교역국으로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하면 갈등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의 해결을 암시하며 동맹을 회복하려 하지만, 한국의 대 중국 경사傾斜를 의심하며 전시 작전 통제권의 조기 전환 등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한국이 공고한 한미 동맹에 의지하면서도 한반도 안보의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불만입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에 계속 주장하거나 설명해온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합니다. 한국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일 문제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미국 조야에 설명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한미일 협력 구도 복원 및 강화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한일 정부와 지도자가 역사 문제와 현실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대전제가 될 것입니다.


 

Q4. 시야를 조금 넓혀보겠습니다. 최근 일본은 일본군위안부관련 논문으로 우리의 역사 인식을 도발하고, 중국은 김치, 한복, 윤동주의 국적 등에서 공세적 입장을 보여 우리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상황 진단을 부탁드립니다.



A4. 최근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나 문화 찬탈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램지어John Mark Ramseyer 교수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학문적 분석 운운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그는 학문의 자유를 이용해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고, 그것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실으려 했습니다. 그만큼 역사 문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 담보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한편 중국은 우리 전통 음식인 김치를 원조 논쟁에 소환했습니다. 그들은 아리랑, 씨름, 돌잡이 등의 조선족 문화를 중화문화로 주장하고, 조선족을 중화민족의 구성원이라고 합니다. 민족 시인 윤동주도 중화민족, 한복도 중국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 연예인의 마오언급을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무시로, BTS의 지극히 일반적인 수상 소감이나 블랙핑크가 판다를 맨손으로 안은 것을 중국에 대한 무시로 간주합니다. 고구려사가 중국사라는 동북공정東北工程도 모자라 강릉 단오제를 중국 명절 빼앗기로 간주하더니, 한국전쟁은 미국에 대항해서 평화를 지킨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며 자신들의 역사관을 강요합니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에는 혐한嫌韓 분위기가 확대되고, 한류에 대한 질시가 생겼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성공을 과시하려는 중국 당국과 인민 네티즌의 애국주의 정서가 결합한 것입니다. 부족한 소프트 파워, 즉 문화적 공허함을 역사·문화 찬탈이나 힘으로 메우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는 주변국 대부분이 자신들의 세력권이었고,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인한 역내 영향력의 증가를 역사와 문화에 투영하는 신중화주의 문명사관의 새로운 형태입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현상을 네티즌들의 문화 논쟁으로 보면서도 사실상 방조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중국의 문화 침탈 시도는 일정한 정형이 형성되었습니다. 여론 조성을 선도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보도와 소분홍小紛紅같은 애국주의 청년 네티즌이 공세를 펼치는 여론전을 전개해 상대국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형태입니다. 이때마다 중국은 ‘14억 시장 무기화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릅니다. 중국의 뜻에 굴복하라는 신중화주의 행태지요.


거대 중국을 상대하기가 버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절제하는low-key 대응이라도 분명한 원칙을 설파해야 합니다. 중국의 일방적인 역사 왜곡과 문화 찬탈에 대한 분명한 인식 표명 없이 그들의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 안 됩니다. 지식계는 중국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자기중심적 이중 잣대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고 일침을 가해야 합니다. 적어도 각자의 관점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불문율 형성에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민간의 역량이 합쳐져야 진정한 외교력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학계, 지식계, 시민사회가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정확한 역사적·문화적 사실을 근거로 냉철하게 분석하여 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전환기의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질서


 

Q5. 그렇다면 전환기 미중관계 및 한중관계를 고려했을 때 우리 정부는 동아시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대응 전략을 견지해야 할까요?



A5. 여기에는 남북을 중심으로 국제 관계를 파악하려는 우리 현 정부의 시각, 미국을 극복 대상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대미 전략, 극한 경쟁을 예고하며 강력한 대중 압박을 천명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 교차합니다. 지난 4년간 남북 관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구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한미 동맹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미 핵 협상 결렬과 남북 불통 국면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내세워 한미일 삼각 안보 구도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합니다. 이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한미 공조가 강화되기 전에 한국의 대미 경사를 저지하려는 이중 전술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중 관계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축소시킬 소지가 큽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우리 국익과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국가로서 북한에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중국에도 할 말을 할 수 있고, 미국에도 우리 의지를 피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입니다. 분명한 원칙과 비전을 수립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

 

 

Q6. 그동안 중국 외교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셨는데, 최근 새롭게 시작하거나 힘쓰고 계신 활동이 있는지요?



A6. HK+국가전략사업단장을 맡아 초국적 협력과 소통의 모색: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북방문화 접점 확인과 문화 허브의 구축이라는 7년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 문제를 동북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 문제로 인식하고, 모든 구성원의 통합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통일 환경이 마련된다고 봅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학문적·역사적·문화적 의미의 북방, 한반도 통일의 기반이라는 현실적 의미의 북방의 접점을 찾아 한반도 통일 환경 조성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기존의 틀을 초월하려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재단의 발전을 위해 제언 부탁드립니다.



A7. 재단의 기존 연구는 주로 자료집이나 서적 형태로 제공되어 학술 가치를 담보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 성과를 확산하거나 핵심 내용을 일반에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정보 제공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특히, 중국의 애국주의 열풍이나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 왜곡과 같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 연구자나 학자들만의 논의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언론이나 시민사회에 정확한 분석 자료를 제공해서 맹목적인 비판을 지양하고 논리적인 대응 방법을 마련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재단이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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