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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포커스
교육이 한국과 중국을 더욱 가깝게 한다
  •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1921년 중국공산당이 만들어지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되었다. 28년 동안 당이 사실상 국가의 역할을 대신했다. 당은 국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 기업경영 심지어 개인의 생활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다. 중국인들에게 중국공산당은 신앙에 가깝다. 사실상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유일 정당이자 집권당이다. 우리는 아직 한 번도 백 년 정당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래서 백 년 정당을 갖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른다. 그 백 년 정당이 현재 중국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자세가 필요하다.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중국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독일의 사민당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백 년 정당이다. 내년이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도 머지않아 백 년 정당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원조 국가로 불렸던 소련공산당은 70여 년 만에 역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중국공산당은 역사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다. 오늘도 강대한 사회주의 중국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시작은 미약하고 초라했다. 상하이 조계지에서 군경의 눈을 피해 겨우 50여 명만이 모여 중국공산당의 탄생을 결의했을 뿐이다. 지금은 당원 수 9,000만 명이 넘는 세계 유일무이의 거대 정당이 되었다.


현재 중국은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글로벌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전략 경쟁이다. 두 나라는 상품 무역을 시작으로 기술 경쟁을 거쳐 글로벌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는 전방위적인 갈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먼저 공세를 취한 것은 미국이지만 중국도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글로벌 전염병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전염병의 속성상 이는 종족, 인종, 종교, 국가 등을 초월하는 인류 보편의 문제다. 국제 협력을 통해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이 역시 미·중 갈등의 프레임에 갇혀 국제 협력은 고사하고 국가별로 각개전투형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 거버넌스의 한가운데 중국공산당이 있다.

 

1919년 5·4 운동 당시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 중인 학생들과 시민들

    1919년 5·4 운동 당시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 중인 학생들과 시민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선포식

 

 

중국공산당, 인민을 혁명의 주체로 인식하다

19세기 중엽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중국은 세계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완전한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반식민지 상태로 근대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신형 무기를 앞세운 서양의 동점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일본에 대패하며 중국이라는 거대 제국이 몰락하고 새로운 공화정이 시작됐다.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한 지식인, 관료 등이 중국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개혁운동을 전개했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무지몽매한 인민들은 계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5·4운동 등 여러 사회운동을 거치면서 인민이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개혁 세력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이들의 혁명적 열기를 담아낼 필요가 있었다. 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을 중심으로 정당이라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국민당 주도 세력은 이미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주축이었다. 반면 중국공산당은 국민당과 달리 초기에 매우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이념과 사상에 대한 생경함도 있었다. 초기 공산주의자들은 대부분 지식인이었다. 이들은 기존 질서에 순응한 국민당과 달리 농민, 노동자 등에 주목했다. 기존 질서에서 소외되었던, 그리고 5·4운동 등에서 혁명적 에너지를 보여준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들을 계몽하고 한편으로 조직하면서 중국공산당은 창당 28년 만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들어냈다. 중국공산당이 사회주의가 형편없이 무너지던 중국을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세와 국면을 유연하게 넘나든 중국공산당

중국은 당이 국가를 통치하고 관리하는 당국가체제(party state system)로 불린다. 자본주의 국가의 역사적 사례와는 달리, 중국은 당 차원에서 군대를 만들고 그 후에 국가를 만들었다. 국가가 구성되고 당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국가보다 당이 우선시된다. 이러한 전통은 백 년 정당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당이 사람과 조직을 통해 국가와 사회와 기업까지도 관리 감독하는 매우 우월적 지위를 가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이 결정하면 국가와 사회는 따라야 하고, 국가와 사회의 결정도 당의 결정으로 외화(外化)되어 나타나야만 힘을 받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정치생활이나 인민생활에서 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정치사회 활동의 결과도 당의 해석 자체로 규범적 성격을 갖게 된다. 그만큼 중국에서 중국공산당은 바이블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변화 가능성과 전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늘 중국공산당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변화와 개혁의 중심에는 늘 중국공산당이 있기 때문이다. 신중국 설립 이후 사회주의 개조, 대약진, 문화대혁명, 역사적인 미중 수교, 개혁 개방 등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모두 중국공산당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거나 허용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공산당의 현실 인식과 이에 따른 대응, 놀라운 적응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한중관계에서 새로운 차원의 협력 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면, 중국공산당의 유연성이 어느 정도 발현되는가를 면밀히 검토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공산당의 유연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탄력적이다. 자본가도 당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다.

 

선전경제특구 40주년 전시회장에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2020.10.14)

선전경제특구 40주년 전시회장에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2020.10.14) ⓒ연합뉴스

 

세계를 향해 맷집을 키워가는 중국공산당

마오쩌둥에 대한 과도한 1인 숭배사상은 문화혁명이라는 역사의 상실과 파괴를 초래했다. 중국공산당의 경직화와 교조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을 공과(功過)로 구분하여 공이 70이요 과가 30이라며, 과는 비판하되 공은 계승해야 한다는 논리로 역사 문제를 정리했다. 공과 과라는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리더십의 훼손을 경계했고, 그 결과 중국에서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황제는 없어졌으나 사실상의 황제 지위를 갖는 최고 지도자가 재림 통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유연성을 가진 중국공산당이라 하더라도 과오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책임성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천수를 누렸으며 여전히 중국인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 공산주의 혁명 원로로 선전되고 있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된 권위는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2001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개혁개방은 중국의 부유를 앞당긴 혁명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개혁 개방이 필요할 정도로 중국은 신중국 건립 이후 계속 혁명을 주창하고 문화혁명을 벌이면서 피폐한 중국으로 변해버렸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의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덩샤오핑은 자본주의 세계에 손을 내밀었다. 죽어가는 사회주의를 자본주의가 살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개혁 개방은 이데올로기로 움츠렸던 상인(商人)DNA를 풀어놓은 것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장사꾼의 기질이 중국을 부유하게 했다. 중국이 부강해질수록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은 높아졌으며, 당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분위기는 당과 인민의 마음속을 신앙처럼 파고들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세계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국제화 추세에서 곤란을 겪는 당국가체제

중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혁 개방으로 쌓아 올린 부는 사회를 빠르게 다원화시켰다. 중국도 오직 국가, 오직 당이라는 일원(一元) 국가 이데올로기에서 다양한 원()을 가진 다원화 사회의 도래를 피할 수 없었다. 소련공산당의 몰락을 경험하고 동구 유럽의 민주화 과정을 지켜본 중국은 한층 강력한 당국가체제야말로 중국의 미래 발전의 동력이라는 생각을 더욱 갖게 되었다.


·중 갈등은 이러한 퇴행적인 사고를 더욱 부추겼다. 그러나 당의 기대와 달리 중국은 이미 국제사회에 깊숙이 들어가 있으며, 거기에서 나오는 부()와 이익(利益)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 갈등이 계속될수록 중국이 더욱 다자주의, 국제협력을 주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타이완이 중국 대륙에 너무 많은 발을 들여놓아 빠져나올 수 없는 것처럼 중국도 개혁 개방 과정에서 너무 많은 국제관계에 연루되어 있다. 미국이 오히려 WTO, WHO 등 국제기구의 무용론을 강력히 주장할수록 중국의 세계와의 연루는 부담이 되고 있다.


여느 결정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미래는 당이 결정한다. 예전에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신중국 초기 전통적으로 양자관계를 선호하던 중국의 외교 행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이 세계와 많은 부분에서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와 같은 양자관계도 다자관계 틀 내에서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중관계가 우호적일 때는 양자관계든 다자관계든 중국의 자율적 공간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다. 그러나 미국과 미국의 우방들이 빠져나가는 국제 다자관계에서 중국이 당장 빠지기는 쉽지 않다. 일국으로 얻어낼 수 있는 이익이 다자관계를 통해서 얻어내는 이익보다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책임이 강화되는 다자관계와 국제협력을 유지해야 하는 중국의 부담이다. 미국은 빠져나갔다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지만, 중국은 한 번 빠지면 돌아오기 어렵다. 미국의 비토(veto)를 막아낼 힘이 지금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과 한중관계의 새로운 변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친척도 이웃도 모두 낫게 만들어야 우리에게 길이 있다. 아무리 먼 친척이라도 친척은 친척이다. 이웃도 마찬가지이다. 친척은 아닐지라도 사실상 친척보다 더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특히 담장을 맞대고 수천 년을 이웃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중국은 지금 먹고 사는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친척도 살펴야 하고, 이웃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중국과 우리는 이웃으로 왕래를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신생 이웃이다. 서로 살가운 이웃으로 따스한 온기가 오가는 이웃으로 더욱 부대껴야 한다. 그러나 중국과 이웃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주변국 관계가 중요하지만 늘 평화롭지는 않다는 점에서 부담이고 과제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새로운 이웃이 되었지만 사실 현대 중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노 외교관의 말대로 우리는 삼국지를 읽고, 이백과 두보의 시를 읽어서 중국을 잘 안다고 하지만 현대 중국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백 년 정당이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 사실 잘 모른다. 중국도 한국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류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왜 한국이 미국과 관계를 중시하는지 역사적 맥락은 잘 모른다. 최근에 불거졌던 BTS의 발언을 문제 삼은 중국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 생경하다. 중국과 한국은 오랜 이웃으로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고 말한다. 이 말이 수사(修辭)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백 년 정당으로서 중국공산당의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리도 현대 중국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호 신뢰와 우호적인 이미지가 더 상처받아서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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