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퉁구스 문화 연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중국 동북지역의 소수민족을 연구해 왔다. 연구의 목적은 한민족 문화와 비교연구를 위한 동북지역 민족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연구의 주요 대상은 어룬춘족, 허저족, 어원커족이었다. 어원커족은 세 민족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다. 이들은 헤이룽강(黑龍江) 상류의 남쪽, 어얼구나하(額爾古納河)의 오른쪽인 네이멍구자치구(內夢古自治區) 일대에 거주한다. 대싱안령(大興安嶺)의 북쪽 깊은 산림부터 시작해 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뻗어 나가 후룬베이얼(呼倫貝爾)의 넓은 초원에 분포하며 수렵, 목축업,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어룬춘족은 어원커족보다는 동쪽에 위치하며 주로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서북쪽에 위치한다. 헤이룽강 남쪽의 대소 싱안령 일대에 거주하며 수렵 생활을 하고 있다. 허저족은 헤이룽강 하류인 헤이룽장성의 동북 귀퉁이에 위치한다. 이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며 수렵도 겸한다. 연구단은 소수민족 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답사하고 연구한 성과를 3권의 책으로 출판했다. 2015년에는 어룬춘족 연구서인 『최후의 수렵민, 어룬춘족』(청아출판사, 2016)을, 2016년에는 허저족 연구서인 『아무르강의 어렵민, 허저족』(청아출판사, 2017)을, 2017년에는 어원커족 연구서인 『숲속의 사람들, 어원커족』(동북아역사재단, 2018)을 출판하였다.
한민족과 퉁구스 문화의 비교 연구
『한민족 문화와 퉁구스족』은 3년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민족과 퉁구스 문화를 비교 연구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엄순천 교수는 『삼국사기』 권 35와 37에 기록된 고구려어 중 홀(忽), 달(達)계 지명과 퉁구스어 중 허저어, 우디어, 어원커어를 비교연구 하였다. 그 결과 퉁구스어는 보편적으로 고구려어와 유사성이 높은데, 특히 어원커어가 가장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대 교수는 한국의 곰 신화와 퉁구스 곰 신화에 대해 유형 분류를 시도했다. 그 결과 단군신화만이 그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유형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군신화는 곰이 인간으로 변하는 형태인데 그 이유는 건국 신화이기 때문에 조상이 곰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원오 교수는 고구려의 주몽 신화와 허저족의 이마칸을 비교 연구했다. 둘은 영웅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활을 잘 쏘는 영웅 사수(射手)에 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마칸 중 <하둬>에서 주인공이 태어난 후 버려졌다가 동물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신화소도 주몽 신화와 일치한다. 연구 결과 주몽 역시 샤머니즘적 영웅이었으나 건국 신화로 재편되는 과정에 건국 영웅의 속성이 부각되고, 샤먼적 속성이 약화된 특징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쑤항 교수는 현대 한국의 무속과 퉁구스 샤머니즘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샤먼이 여성이고 인간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차이점이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한국은 북방지역에서 패배한 후 한반도에서 농경 중심의 생활을 했고, 국가 성립 이후에는 다양한 외래 종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 무속은 퉁구스 샤머니즘보다는 중국 한족의 무속과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희 연구위원은 고구려 혼례와 퉁구스 혼례를 비교 연구했다. 우선 고구려 당시 동북지역 민족과 비교 연구한 결과 고구려의 혼례는 동호계 민족과 공통점이 많았다. 현대 민족과 비교했을 때는 어룬춘, 어원커 민족에 유사한 풍속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민족의 혼례는 동호계 혼례의 특징인 약탈혼, 신부값 제공, 임신을 기점으로 혼인 인정, 처가의 재산 분배 등의 습속이 없어 동호계보다는 고구려 혼례와 공통점이 많았다.
한동수 교수는 고대 한민족의 건축과 퉁구스 건축을 비교한 결과 고대 한민족의 건축은 퉁구스 건축의 영향을 크게 받아 변용 발전하였음을 밝혀냈다. 고상식 건축, 셰런주, 수혈주거, 귀틀집에서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건축용어 중 퉁구스 건축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말루(Malu)는 한국의 ‘마루’와 형식과 의미에서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조우현 교수는 한국의 고대 복식과 퉁구스 복식을 비교 연구했다. 어룬춘족의 점문양 의복, 허저족의 어피 버선과 신발, 퉁구스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샤먼 모자의 사슴뿔 장식은 한국 문화와 공통점을 보여준다.
순록을 타고 있는 어원커족 어린이
황어를 손질하는 허저족
고대 한민족 문화와 공통점이 많은 퉁구스 문화
고대 한국 문화와 퉁구스 문화의 비교 연구를 통해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고조선과 고구려 등 동북지역 한민족이 퉁구스 계통 민족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고대 동북문화를 창조했음을 이야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조선과 고구려 등 고대 국가들의 문화가 동북지역 민족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을 가능성도 상상할 수 있다. 특히, 어원커족과 어룬춘족의 경우 고대 한국문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고대 고구려의 통치권에 속했던 민족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