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4일 ‘역사·영토 문제가 동북아 국제정치에 미치는 함의’라는 주제로 제주롯데호텔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본 학술회의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토·영해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미중 세계패권 경쟁의 전초전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여 마련한 학술회의였다.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결과물은 올해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먼저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가 ‘중국의 해양 영유권 분쟁에 대한 입장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남중국해 문제는 영유권 분쟁’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해양 강국의 점진적 실현, 국내 권력 기반 강화와 체제 안정, 해양 실크로드 추진,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 유지, 그리고 미국과의 세력 및 규범 경쟁 속도 조절 등 다양한 현안들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합 방정식이다. 중국의 핵심 과제는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부상 일정, 해양 강국화를 진행해 가는 것이며,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은 우회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다양한 경제 수단을 동원하여 주변 국가들을 견인하고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면서 해양으로의 진출을 확대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최희식 국민대 교수는 ‘안전 보장 측면에서 본 일본의 동·남 중국해 해양 영토 정책’ 발표문을 통해, 일본의 국가 전략과 안전 보장 정책에는 동·남 중국해의 해양 영토 문제, 즉 ‘바다의 안보’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으며 그 배경에는 중국의 대국화 및 해양 진출에 대한 위협 인식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일본의 적극적 방위 정책은 미일 동맹의 실질적인 일체화 현상인데, 미일 동맹의 강화는 한미 동맹과의 연계성 강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한중 관계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지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았다.
고봉준 충남대 교수는 ‘남중국해와 미국의 선택: 지속과 변화’에서, 해양 경계 획정과 관련한 분쟁 해결 원칙을 마련하고자 1994년에 발효한 ‘유엔해양법협약’이라는 기존의 국제 제도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해양 영유권 관련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남중국해의 해양 관할권이 문제가 된 것은 관련 당사국 중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자국 해안선을 기점으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자국이 영유권을 지닌다고 주장하는 남사군도를 관할권 획정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중국해 관할권에 관한 중국의 주장은 주변 국가들이 중국을 팽창주의적 국가로 인식하게 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동욱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박사는, ‘남중국해에서의 필리핀과 베트남의 대 중국 전략’을 분석하였다. 남중국해의 강력한 행위자인 중국에 대해 주변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인가? 그 대항책은 군대를 증강하거나, 미국에 접근하거나 또는 두 가지를 모두 취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에 따라 잠수함, 미사일, 항공기 등 국방력을 증강시킴으로써 일정 부분 ‘경성 전략(硬性戰略,hard balancing)’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 반면 필리핀의 경우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인하여 국방력의 증강이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베트남은 필리핀보다 다양한 형태의 헤징 전략을 행사하고 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방 4도를 둘러싼 러일 관계 동향과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 고찰’에 중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전후 일본은 북방 영토 반환을 위해 러시아와 많은 협상과 회담을 진행해 왔다. 러·일 정상회담은 1973년 이래 현재까지 총 70회 개최되었고, 외무장관회담도 20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되어 왔다. 지난 11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북방 4도 일괄 반환에서 2개 섬 우선 반환으로 선회한 듯한 입장을 밝혔고, 이를 위해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미국과도 구체적인 대응에 관해 논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제국주의의 발흥과 류큐(오키나와) 처분’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최근 오키나와를 둘러싸고 두 가지 점이 선명해지고 있다. 첫째, 센카쿠 문제가 첨예하게 되면서 일미 동맹의 본질이 선명해졌다. 미국은 일중 간의 영토 분쟁에 말려들어 미중 전쟁으로 이어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는,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헤노코 기지 건설을 거부하는 등 오키나와 현민의 의사가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일 간에 전략적 대화를 하고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재일 미군의 본모습을 음미하고, 단계적 삭감과 지위 협정 개정에 돌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방향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중국해 분쟁과 미중 패권 경쟁의 국제법적 이해’에서, 남중국해 연안국 간에 존재하는 남중국해 분쟁이 해결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남중국해를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2016년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의 중재 결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국제법 논리 또는 전제를 도외시하고 남중국해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로만 이해하면 남중국해 분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김용민 건국대 교수는 ‘유럽의 영토 분쟁 연구’를 통해, 유럽의 분쟁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민족주의와 극우 정당의 대두, 이민자에 대한 혐오는 ‘유럽 통합’이라는 분쟁을 극복한 결과를 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게 하였고, 통합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 반작용으로 배제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이처럼 통합의 움직임이 강화되면 배제 현상과 지역과 계층이 발생하므로, 철저히 대비하면 잠재적인 분쟁 발생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유럽에 비해서는 통합의 단계가 걸음마 수준인 동북아시아에서 통합의 반작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유럽의 사례 조사를 통한 비교분석이라는 본 공동 연구의 목적에 따라 미래에 일어날 문제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