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였다. 같은 날 오후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는 재단 주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검정결과 총 270종이 검정을 통과하였고 그 가운데 한국 관련 기술로 주목하고 있는 과목은 세계사 11종, 일본사 6종, 지리 6종, 현대사회 10종, 정치경제 2종 이렇게 총 35종이다. 검정 발표는 예년보다 2주 정도 앞당겨졌는데, 최근 한 ・일관계 개선 움직임과 3월말 핵 안보 정상회담 등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정은 2009년에 개정한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에 바탕하여 집필한 책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2012~13년 검정한 교과서와 비교하여 변화 폭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다만 아베 정권이 애국심 함양을 강조하는 교육'개혁'정책 일환으로 교과서 관련 규정을 이례적으로 부분 개정(2014년 1월)하였기 때문에 영토 관련 기술과 침략전쟁, 식민통치,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술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영토 관련 기술을 보면 독도에 관한 기술이 일본사, 지리, 현대사회, 정치경제 24종 모든 교과서에 실렸다. 영토 관련 기술이 현행 교과서 보다 1.6배 늘었으며, 세계사를 포함하면 35종 중 27종에 독도에 관한 기술이 들어간 것이다. 내용은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하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으로 더 나빠졌다. 한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기술이 늘어난 것은 2014년 1월 28일 개정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한 결과다.
역사 교과서도 내용이 모호한 기술이 늘고 있다. 특히 근대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 관련 부분에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일본군'위안부'를 비롯하여 3ᆞ1 독립운동, 관동대지진, 난징대학살 같이 군이나 관헌이 관여하여 발생한 과거사 기술에서 군이 관여한 사실과 강제성을 희석시키고 학살 주체를 모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도 2014년 1월 17일 문부과학성이 교과용 도서검정 기준을 개정하여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쓰도록 하고 통설이 없을 때는 여러 견해를 명시하게 한 결과다. 희생자 숫자를 막연하게 '다수', '많은', '수백에서 수천'이라 기술하고, '학살' 대신 '살상'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고대 문화전래와 같이 일부 개선한 부분도 보이지만, 문부과학성이 교육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정부 견해 기술을 강요하는 교과서 규정을 둠으로써 애매한 과거사 기술을 유도하고 심지어 주변국 영토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존의 역사 교육과 교과서 기술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면서 과거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이 역사 교육과 교과서 기술로 확산되고, 교과서 기술이 정부 견해에 따라 기술되는 상황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역사인식의 차이로 인한 미래 세대의 화합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