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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최근 중국 대륙의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재발견과 활용
  • 박장배 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2023년 중국 언론매체에 등장한 핵심어 중의 하나는 부작용이 큰 서구식 현대화와는 달리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중국식 현대화개념이다. ‘중국식 현대화이념(사회주의 기본원리)’문화(중화 우수 전통문화)’기술(과학기술)’이 결합한 중국의 삼위일체적 발전 방안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중화 문명의 우수한 전통문화유산이다. 최근 중국에서 우수한 전통문화유산이 어떻게 인식되고 활용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상호 이해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덕수궁 중화전의 단오첩 단상

덕수궁 중화전에는 대한제국 시기의 어느 단옷 날 중신들이 황제에 올린 단오첩 15장이 붙어 있다. 단오첩이란 단옷날을 경축하는 축시(祝詩). 이날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큰 명절로 여기고 조정과 민간에서 여러 행사를 열었는데, 중화전의 단오첩은 바로 그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덕수궁 단오첩은 황제의 장수와 국운의 융성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오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의 하나는 지역공동체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지역 축제라 할 수 있는 강릉단오제다. 이는 200511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로 인해 2004~2005년에 걸쳐 단오절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단오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논쟁이 있었다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한중 단오 논쟁과 2005년의 드라마 ‘<대장금> 열풍이후, 중국에서는 단오 추석 청명 등의 명절이 공휴일로 지정되고, ‘무형문화유산의 날이 제정되었다.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중국에 서구 문화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전통문화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는 한중 간의 상호 인식에 매우 부정적인 유산을 남겼지만, 역설적으로 중국 당국에는 큰 선물을 안긴 셈이었다.

현재 중국의 전통문화유산 발전과 활용 정책은 지난 20여 년의 자기 발전을 거쳐서 나름의 장대한 논리체계와 거대한 문화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2023년 중국의 언론에는 우수 전통문화유산중국식 현대화의 한 축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우리 사회도 전통문화유산의 보호와 활용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중국의 전통문화유산 관련 문화와 산업 동향에 대한 검토는 우리에게도 역지사지(易地思之)’타산지석(他山之石)’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상호 이해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크기변환]1.덕수궁 중화전의 단오첩

덕수궁 중화전의 단오첩

 

2.중화전의 단오첩

중화전의 단오첩

 

 

문화 전승·발전 좌담회’ 개최와 의미 부여

작년 중국 언론은 한결같이 마르크스주의와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의 융합·발전을 강조했고, ‘중화민족공동체의식문화적 자신감을 높이자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는 중국 정책 당국의 발표에 바탕을 둔 것이다. 중국 정책 당국은 202362일 베이징에서 문화 전승·발전 좌담회(文化傳承發展座談會)’를 열고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중화민족 현대문명 건설빛나는 문화 대전략이자 신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사명으로 제시하였다. 동시에, 박물관 활용,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의 강화,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2023.3.15.)와 같은 정책 수단과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3.2023년 6월 2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문화전승·발전 좌담회'

2023년 6월 2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문화전승·발전 좌담회'

 

중국에서도 박물관은 문화의 전승과 발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박물관은 총 6,500여 소에 달한다. 중국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는 10만여 항목이 등재되어 있고,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는 40여 항목이 등재되어 있다. 이처럼 수많은 전통문화유산을 보유한 중국은 중화문명을 전례 없이 강조하고 있다.

2022년 중국 언론매체에 등장한 핵심어 중의 하나인 중국식 현대화서구식 현대화와는 다른 것으로, ‘중화 우수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 ‘과학기술의 현대화’, ‘중화민족 현대문명과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이 핵심이다. 요컨대, ‘중화민족 현대문명 건설이념(사회주의 기본원리)’, ‘문화(중화 우수 전통문화)’기술(과학기술)’을 결합시켜 중국식 현대화를 성취하겠다는 발전 방안이다. ‘중국식 현대화가 하나의 방법론이라면 그 결실은 새롭게 다듬어진 중화민족 현대문명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언급 속에 중국식 현대화를 가장 크게 뒷받침하는 중화 우수 전통문화가 자주 등장하는데, 내용상 이것은 중화문명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중화문명은 사상문화와 무형문화유산 등 다양한 구성요소를 가진 중화문명의 온갖 요소들이 현재 중국에서 소환되어 다양하게 정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크기변환](사진3)

'중국식 현대화'관련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

"중국식 현대화의 관건은 과학기술의 현대화에 있다"

 

중화 우수 전통문화의 내용

중화문명의 우수한 전통문화는 중국 집권당의 비전과 명분, 행사에 비중있게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에서 중화 우수 전통문화가 정책적으로 활발하게 활용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중화 우수 전통문화는 사실상 중국의 주류 민족인 한족(漢族)의 문화라 할 수 있다. 경극, 중국전통철학, 유가문화, 한자문화, 황하문화, 단오절, 절기, 가례문화, 한푸(漢服)문화 등 대부분이 한족문화에 속한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그동안 서구 문화의 범람 속에서 소홀히 대했던 전통문화의 가치를 일깨우고자 한다. 단오의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자. “고대로부터 내려온 단오절은 중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참여성이 강한 명절이다. 수천 년의 기억이 거기에 응축되어 있다. 쭝즈(粽子), , 용주(龍舟) 등은 늘 봐도 새로운 단오의 형상이다.” 이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국제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중국 언론매체들은 최신 촬영 기술과 각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우수한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당국이 국민통합이 중요한 상황에서 소수민족 문화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한족문화의 비중이 유례없이 증대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민족국가인 중국에서 소수민족 문화 보호와 같은 민족통합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티베트와 서역, 동북 조선족문화는 모두 중화문화의 일부로서 통일성과 연속성 내지는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의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는 지역의 문화 브랜드나 지역경제의 발전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가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중화 우수 전통문화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5)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허롱시 난핑진 롱위안촌에서 2023년 9월 27일에 열린 '조선족 추석 민속활동'

 

중국 언론매체의 전통문화유산 관련 기사와 역지사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전통문화유산 관련 정책은 내부적으로 중화민족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인류운명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용어들은 언론매체에서 상대적으로 약소하게 언급되는 편이다. 중국 지식계가 보편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서구식 현대화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세계화 노선을 제시하겠다는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는 하루아침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닌 셈이다.

중국 사회가 문화강국의 내실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 주목되는 바이지만, 최근 중국의 소프트파워 증대 노력은 디지털 기술의 접목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박물관의 문화활동,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디지털화 사업 등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또 한푸 등 한족 문화의 복원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각국은 사실 한자문화와 유교문화, 불교문화와 명절문화 등 공유하고 있는 문화가 많지만, 그 내부적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교류해 온 우리는 중국의 전통문화 활용과 영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의 문화정책과 그 효과는 전통문화 소멸 등의 현대적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글로벌 한류의 성과를 자랑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농경문화의 유산과 산업문명 유산을 공업문명, 디지털문명에 맞게 전환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한국의 과학과 문명총서와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시리즈 등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25년에 광복 80주년을 맞는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그에 걸맞은 정책과 플랫폼을 확보하여 국제사회에 발신할 수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의 개발과 활용에 차원 높은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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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