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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동북아역사재단 교양총서 독후감 청소년부 우수상 침략의 거미줄 『식민통치의 혈관을 놓다 』를 읽고
  • 이윤서 전남과학고등학교

침략의 거미줄 『식민통치의 혈관을 놓다 』를 읽고


동전의 양면과 같은 개발과 침략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서울 경복궁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55년간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여정이다. 얼마 전 광화문 월대 및 주변 발굴조사 현장에서 일제 강점기 때 사용되었던 전차 철로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생소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광화문 월대? ‘월대가 뭐지? 처음엔 광화문 일대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월견대(月見臺)’ , “달을 바라보는 대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계단과 난간을 지면보다 높게 쌓아 무대처럼 만든 백성과 왕의 소통공간이었다. 왕의 길이라 불리는 광화문의 위상 월대를 복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그 역사적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나의 현실과 공간적 거리의 한계는 나의 호기심을 억눌렀다.

  일본은 조선의 심장 경복궁을 그들의 정치, 행정, 군사의 목적으로 이용했다. 우리의 가슴을 할퀴듯 광화문 앞 광장에 철로를 깔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한 일본은 전리품으로 러시아가 건설한 남만주철도 중 창춘(長春)~다롄(大連) 구간의 704km를 획득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거미는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친다. 만주철도와 한반도 북부 철도를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제국주의 야욕을 위해 한반도에 그물을 치는 거미줄처럼 보였다.

  우연히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주최하는 독후감 공모전을 접하게 되었다. 식민통치의 혈관을 놓다라는 책의 겉표지가 인터넷에서 봤던 거미줄 같은 철로 사진과 비슷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GPS가 원래는 군사용이었듯이 철도의 시작 또한 침략을 위한 것이었다. 어릴 때 전라남도 곡성 기차마을과 강원도 삼척의 레일바이크 등 적당한 속도와 덜컹거리는 소리,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탔던 낭만의 기차가 제국주의의 산물이었다니 가슴 한편이 씁쓸했다. 침략의 역사는 19세기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등에 업고 철도라는 거대한 동맥을 양산했다.

    

제국주의의 네트워크에 흡수

  저자는 조선왕조의 패착 중 하나가 근대 교통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한 갑신정변 이후의 허송세월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순수 혈통을 중요시하며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그 폐쇄성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동반한다. 고려시대까지도 개방적이었던 나라가 유교의 나라 조선이 되면서 외부 세계와 교류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것은 아닌지 아쉬울 뿐이다. 철도 부설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철도를 중심으로 한반도에 퍼진 근대 교통은 일본 제국주의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남의 땅을 자기 것 마냥 만든 X자형 철도 지도가 마치 한반도를 도륙하는 것 같았다. 일본은 철도뿐 아니라 도로와 항만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일본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는 억지와 모순된 주장 그리고 러일전쟁의 승리를 발판 삼아 중국까지 침략할 그들의 야욕을 철도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철도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 설치한 철도는 군사적 목적을 크게 반영했다는 점이다. 철도는 우리의 식량과 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군대를 이동시켰고 노동력을 빼앗기 위한 편리한 장치였다. 만주와 일본을 연결하는 침략의 도구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토록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들에 괴롭힘을 당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다. 지리학적으로 대륙은 바다로, 바다는 대륙으로 뻗어 나가기 쉬운 한반도는 열강에게 중요한 요충지였다.

    

철도가 바꾼 한반도의 운명

  근대적 교통이 우리에게 아픔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철도는 단지 운송수단으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장터의 흥망을 좌우하거나 도시의 운명을 바꾸기도 했다.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고 사라지는 직업도 있었다. 열차는 통학이라는 일상을 변화시켰고 철도역을 중심으로 경제, 사회, 행정 기능 등이 재편성되었다. 한편 독립운동가에게는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운동을 확산시켜주는 역할도 했다. 저자는 철도가 없었다면 3·1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질 수 없었다고 한다. 대한제국을 침략하기 위한 도구인 철도가 해방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교통망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철도라는 시각에서 본 역사는 흥미진진하기도, 가슴 아프기도 했다. 철도의 등장은 식민지 개척의 일등공신이었다.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징병을 당한 사람도 이 철길을 타고 끌려갔다. 기차는 슬픔과 아픔 그리고 두려움을 실어 날랐다. 일제의 폭압과 착취 등 20세기 한반도의 철길은 피의 철도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동북아시아의 철도가 과거의 아픈 전철을 밟지 말고 희망과 평화를 가득 싣고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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