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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한국고대사 연구 성과를 영미학계에 알리다
  • 배현준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연구위원

최신 한국고대사 연구 성과를 영미학계에 알리다



한국사의 국제화를 위한 물꼬를 트다

  최근 미국 대학 한국사 수업 교재에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 덕분에 근대화가 됐다는 서술이 포함되어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었다. 또한 만리장성이 한반도 서북부까지 연결되어 그려진 지도가 해외 인터넷 사이트 및 역사 서적에 수록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이것은 해외에서의 한국사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영미권에서 한국사는 중국사나 일본사에 비해 관련 학과나 교수 및 연구자의 규모에 있어서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고, 이러한 상황이 결국 연구 성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사나 일본사는 영미학계 자체에서 세부 주제부터 통사적 검토까지 가능한 단계인 것에 비해 한국사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학문의 영역까지 관심이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학문적 영역에서 국제학계와의 활발한 교류와 토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신 한국고대사 연구 성과를 영미학계에 알리다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박선미 소장 개회사 재단 이영호 이사장 환영사 KF 한미미래센터 배성원 소장 축사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박선미 소장 개회사       재단 이영호 이사장 환영사                               KF 한미미래센터 배성원 소장 축사

 

 

  이에 재단은 한국사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11일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한미미래센터에서 한국의 고대 북방과 물질문화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학술회의의 주요 주제인 고조선·부여·옥저·고구려·발해는 모두 지금의 중국 동북지역, 곧 만주지역에서 활동했던 우리 고대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역은 현재 중국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사의 시작 및 전개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해외학계 일각에서는 이들 고대국가와 현대 한국의 계승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이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한국의 역사가 주변국에서 자신들의 역사로 왜곡하고, 서구에서는 한국사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사의 관점에서 한국 고대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 성과를 해외 학계에 알리고 학술 네트워크 구축의 물꼬를 트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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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의 북방과 물질문화

: 고조선 · 부여 · 옥저 · 고구려 · 발해

  이번 학술회의는 재단 연구위원 등 한국학계의 전문가가 고조선·부여·옥저·고구려·발해 관련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캠브리지 한국사의 한국고대사 부분 집필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한국고대사 전문가와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고조선 관련 유물

고조선 관련 유물


  첫 번째 발표는 고조선의 물질문화와 정체성의 탐색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발표는 고조선의 물질문화로 알려진 동검문화와 청동거울의 고고학적 출토 맥락을 검토하여 고조선사를 고고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다. 고조선 관련 기록이 있는 중국 고대 문헌들은 대개 전한(前漢)시기 이후 재정리된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 또는 단속적 사건들을 단기간의 일회적인 사건처럼 압축 · 요약하여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편, 고고학적으로 고조선의 물질문화는 대체로 단경식동검문화권(비파형동검문화·세형동검문화)을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무기(동검)와 제기(청동거울)가 보여주는 상징성을 통해 제정일치사회에 기반한 정치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고조선의 정체성은 중국과의 교류·경쟁 과정에서 일부 변화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지속된 것으로 판단된다. 고조선의 성립 과정을 밝히기 위해서는 문헌 기록과 함께 고고학 자료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발표는 한반도 출토 부여계통 유물의 함의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한반도에서는 부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이 일부 확인된다. 이 유물들을 근거로 부여가 백제 건국에 관여했다는 문헌 기록을 사실로 여기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이 발표에서는 한반도 출토 부여계 유물 중 쌍조형촉각식 검과 원주식 검이라는 특정 유물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한반도의 쌍조형촉각식 검은 고조선의 물질문화로 알려진 변형비파형동검과 세형동검의 검신을 갖고 있는 점, 손잡이 장식의 변화 방향이나 모티브가 남만주의 부여지역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두 지역 주민들의 상호 연결성을 상정할 수 있었다. 또 사회관계망분석(SNA: Social Network Analysis)을 통해 검을 소유한 사람 간 연결 정도 및 중심지와 단위지역 내 신분 격차 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부여 지역에서 특정한 상징성을 지니는 원주식 검은 북방초원문화와 한()문화, 그리고 요령식 세형동검문화의 융합 속에서 출현했는데, 한반도에서는 개인적 정체성을 나타낸 것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세 번째 발표는 옥저: 한국고대사의 잊힌 환동해권의 고대사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발표에서는 환동해 지역에서 한국사를 대표하는 집단은 바로 옥저집단이지만, 문헌에 소규모 집단으로만 묘사되어 있기에 그동안 옥저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고고학적으로 보면, 옥저는 기원전 4세기에서 서기 5세기에 이르기까지 함북~연변 일대에서, 북쪽으로 삼강평원, 남쪽으로 강원도와 한강 유역까지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옥저가 척박한 기후 환경 속에서 온돌을 개발하고, 농경을 일구며 해양자원을 적극 이용

하는 등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적응잠재력이 발현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옥저의 의의는 삼국 중심의 역사관을 벗어나 백두대간을 따라 환동해 지역에 대한 역사를 조망할 수 있고, 동시에 중국사 중심에서 탈피하여 연해주 한-러 국경지역의 선사시대 문화 연구를 통해 한국문화의 독자성과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네 번째 발표는 고구려 서부 국경과 천리장성(千里長城)’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발표에서는 그동안 고구려 서부 국경은 요하 서안으로 한정되었으나, 관련 기록과 당시의 세력 관계, 그리고 ()’()’의 성격 차이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7세기 후반 고구려의 서부 국경이 요하 서안을 넘어 의무려산 동쪽 기슭까지 이르렀음을 논증하였다. 또한 당태종 시기, 당의 위협에 대응해서 약 16년에 걸쳐 쌓았다고 하는 천리장성은 문헌 기록이 너무 간략하여 그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천리장성이라는 표현은 한 줄기 긴 장벽이 아니라 고구려 서부 국경의 전 구간에 대한 방어시설 구축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으로, 요동 소재 성곽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과 새로운 축성이라는 장기적이고도 거국적인 공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하였다.


발해 관련 유물

발해 관련 유물


  다섯 번째 발표는 발해의 물질문화와 특징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이 발표에서는 중국이 발해를 당나라 시기 중국 고대 소수민족인 말갈이 세운 국가로 규정, 당 문화의 영향과 함께 말갈 문화의 요소를 강조하는 점을 비판하면서, 발해는 고구려의 문화적 전통을 이은 것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고구려··말갈 계통의 문화요소만을 강조하면 다종족국가이면서 다문화를 향유했던 발해의 물질문화와 그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움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발해는 조공도·영주도·신라도·거란도·흑수도·담비길 등 여러 대외 교통로를 통해 대외 교류와 교역이 활발했고, 고구려계·말갈계·한족계·신라계·소그드계 등 다양한 계통의 활동 및 다문화를 증명하는 유물 등이 확인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성과 및 향후 과제

  이번 학술회의의 의의는 한국학계의 한국고대사 최신 연구 성과를 영미학계에 소개하며, 한국고대사의 국제화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특히 영미학계의 전문가들이 고조선·부여·옥저·고구려·발해의 역사가 한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다시 한번 공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영미학계에서 한국 고대 북방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확인하였다. 가령, 고조선이 제정일치 사회였음을 고고학적으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옥저의 고고학문화로 강조된 물질문화를 문헌 기록의 옥저와 어떻게 대응시킬 수 있는지, 다종족 · 다문화 국가인 발해를 한국사 속에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그러하다. 어찌보면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전제들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고대사의 전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연구부터도 해외학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해외학계와 한국고대사 관련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해외학계의 연구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한층 더 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동시에 해외 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국제학술대회 참가, 영문저널 논문 투고 등도 장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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