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C》의 인류운명공동체 설명 부분 캡처. 사진은 인류가 서로 손을 잡고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CPC》는 『런민일보』가 2022년 10월 19일 제작 배포한 공산당 선전 동영상이다.
CPC는 'the Communist Party of China'의 약자로 '중국 공산당'이라는 뜻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 일대일로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이유는
‘옛일을 회고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중국 내 과잉생산능력을 수출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이는 일부만 맞는 이야기로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이유는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필자는 2017년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带一路) 학술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여 ‘아시아 - 유럽 경제권’을 연결하는 경제벨트를 조성하는 사업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49개국, 32개 국제기구가 중국과 일대일로 관련 협약을 맺고 있다. 위 발언은 일대일로를 기획한 중국 글로벌 싱크탱크(中国与全球化智库) 선임연구원이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기 때문에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대일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당부하였다. 특히, 일대일로가 국제사회에 ‘중국 위협론’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였다.
“일대일로는 60여 개 국가가 평등하게 협력하고,
함께 번영하여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도자와 언론 및 전문가는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무책임한 발언을 삼가해야 합니다.”
중국 연구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일대일로는 중국이 패권을 다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공공재를 세계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일대일로의 이념적 지원, 인류운명공동체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한 이유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대일로를 지원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인류운명공동체를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경쟁에서 처음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다. 당시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매커니즘에 중대한 결함이 있으며 서양 주요 강대국들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중국은 같은 해 워싱턴에서 열린 G20회의 참가를 자신들이 글로벌 거버넌스 핵심 의사결정권 그룹에 진입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생각한다.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은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처음 제안하였다. 이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국내외 연설에서 지속적으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제안하였다. 중국 정부가 운명공동체 이념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결시켜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보아오 아시아 포럼’부터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서 먼저 “운명공동체를 위하여 중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였다. 그리고 “중국은 평화로운 발전, 공동 발전, 아시아태평양의 합작 발전이라는 ‘3가지 흔들리지 않음(三个不动摇)’ 정책을 견지할 것이며, 중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중국이 아시아운명공동체를 제안한 이유는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어 중국 편에 서게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다시 한번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하였으며, 2018년에는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이 중국 헌법에 포함되었다. 이로써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은 중국공산당이 건립하려는 국제질서의 최고 강령이며, 뚜렷한 목적을 가진 외교 전략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아라산커우(阿拉山口) 개항장 건물에 걸린 시진핑 주석과 카자흐스탄인 사진(필자 촬영)
아라산커우시는 신장성 보얼타라(博尔塔拉)몽골 자치구에 위치하며, 카자흐스탄과 일대일로 교역을 위해 만든 개항장이다.
누가 천하의 주인인가(问鼎)?
혹자는 인류운명공동체 제안은 중국이 “누가 세계의 주인인지” 세계를 향해 던진 질문이라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세계는 100년 동안 경험한 바 없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신구 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중국은 대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00년 동안 경험한 바 없는 대변혁”은 “동양이 상승하고 서양이 하강(东升西降)”하는 국면을 말한다. 근대 이후 서양이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는데, 이제 서양이 쇠락하고 동양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고, ‘중국 기회론’을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중국 위협론’은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군사적으로 강대국화하여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중국은 “중국의 발전은 전 세계의 기회이지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경제 고속성장 열차에 다른 나라가 무임승차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강조한다. 이 말의 뜻은 중국과의 교역만으로도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중국의 뜻을 따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드 한반도 배치로 이미 중국의 경제제재를 경험한 바 있다.
중국은 미중패권 경쟁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제안하였다. 결국,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에 대항해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1월 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 대해 강연하는 시진핑 주석
중국의 역사통치와 천하질서의 귀환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을 전 세계에 전파하여 ‘문명의 표준’으로 삼고, 세계를 중국 중심으로 일체화시키려 한다. 그렇다면 천하의 주인이 된 중국이 꿈꾸는 인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은 중국 전통의 천하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이론적 자원으로 하고 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 중국 전통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해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은 한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엘리트들은 국가정체성과 인류운명공동체 담론 구축을 위하여 역사를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에는 역사를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종교가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서는 역사가 종종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곤 하였다. 새로운 왕조는 공식적인 기록물을 파괴하고 새로운 주인을 위한 역사를 쓰도록 강요받았다. 역사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통치자의 윤리적 기반과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공하였다.
중국은 역사적 사건을 이용하고 집단기억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중국 중심의 세계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천하관’이다. 중국 엘리트들에 의하면 천하질서는 19세기 이전 중국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존재한 도덕적 질서라고 한다. 천하질서는 서구 제국주의와 달리 ‘감화’에 의해 스스로 편입된 것으로, 폭력성이 없는 평화적인 공동체라고 한다. 따라서 ‘천하관’이 인류문명의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2017년,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 자신에게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폭로하자 큰 파장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헤게모니적 야망을 품고 있다고 의심했다. “작은 나라든 큰 나라든 모든 나라는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현대 국제법에 위배되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미국 포드햄 로스쿨(Fordham Law School) 법학부 교수인 칼 민즈너(Carl Minzner)는 “베이징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지적(知的) 고립은 국가의 역동성을 약하게 만들었던 이전의 역사 시기로 중국을 되돌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중국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 인도, 카자흐스탄 이란
G20에 속하는 국가들
중국 국경을 마주한 20개 국가 및 국경으로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지리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6개국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뿐만 아니라 세계 지역, 국가 단위로 각종 운명공동체를 맺었다.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과 운명공동체를 맺지 않은 나라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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