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2023년 새해에 독자 여러분께 큰절 올립니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일상 회복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감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건강한 생활을 누리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국제사회와 동북아시아는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친러 성향을 가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분리문제는 봉합될 줄 알았습니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1996)에서 우크라이나와 돈바스 지역 사이의 문명 충돌로 내부 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가톨릭인 우크라이나와 정교회인 돈바스의 문명 충돌에서 기원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러나 일극체제에 대항해 ‘유라시아주의’의 확장을 추구하는 러시아의 제국적 패권전쟁의 서막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은 러시아 측에서 볼 때 냉전의 해체 과정에서 지역과 민족을 쉽게 분리시켜 준 점에 오류가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그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문명의 충돌에 의한 내부 분열 가능성을 철저히 봉쇄하는 정책을 펴는 것 같습니다. 종래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에 입각한 민족정책에서 한족으로의 동화를 추구하는 ‘중화민족공동체론’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전개하며 아편전쟁·청일전쟁 이후 무너진 중국 중심의 전통적 천하질서를 현대적으로 재현하고자 합니다.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방향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태롭습니다. 1950년 한반도와 대만해협이 연동되어 동아시아의 평화가 무너진 역사를 반추하게 합니다.
국제관계의 움직임에서 역사를 명분으로 삼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키예프는 러시아 도시의 어머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한 국가이며 역사적·문화적으로 독립한 적이 없다”라고 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역사적 기억을 소환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연고가 있는 지역은 모두 자국의 영토라는 중국의 ‘역사적 강역론’도 유사합니다. 이들 논리는 역사적 기억을 편집하여 ‘제국의 부활’을 합리화하는 데 동원되고 있습니다. 역사가 공헌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교류와 협력의 아름다운 역사를 평화와 공존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는 데 있습니다. 패권적 욕망을 위해 역사가 왜곡되고 악용되는 일을 막기 위해 우리는 바른 역사, 인류 보편가치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시 켜야 합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및 번영의 기반을 마련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역사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역사 화해를 시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바른 역사의 공유 즉 동북아 역사 현안에 대한 일반국민·학계·언론계·정치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재단에서는 2021년 10월 1일부터 「동북아역사리포트」를 매월 2회 발신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동북아역사포커 스」를 6월 1일 계간으로 창간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동북 아 역사 현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그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향에 대해 집중적인 검토를 하는 매체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특별히 보고드릴 것은 2021년 초부터 시작한 독도체험관 확장·이전 사업을 완료한 일입니다. 대한제국 정부가 1900년 10월 25일 독도를 울도군 관할로 제정한 날을 기념하여 2022년 10월 25일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관람객도 증가하고 전시 내용에 대해서도 호평을 받아 뿌듯합니다. 독도체험관에서는 국내 최대인 1:100 크기의 대형 독도 모형을 통해 독도의 실제 모습을 체험할 수 있고, 독도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관람하여 독도가 지리적·역사적·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에는 동북아 역사 현안에 대한 국제 학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한·중·일 학계뿐만 아니라 구미 학계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국제 학계와 함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인 해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동아시아 한·중·일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의 차이에 대해서도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한·중·일 사이에 역사 인식의 편차를 줄여나가고 역사 화해도 이루어 재단이 동북아 지역의 평 화를 위한 주춧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이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이영호
동북아역사재단이 창작한 '신년사'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