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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신과 인간이 모이는 도쿄 아사쿠사( 浅草)
  • 박선민 서강대 사학과 4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도쿄는 오사카와 함께 일본의 양대 도시이며 한국에서 흔히 찾는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다. 매우 현대적인 도시임에도 곳곳에 흩어진 일본식 거리와 신사들은 아직까지 과거 일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도쿄는 사학도에게 일본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답사지이다. 그리고 아사쿠사(浅草)는 도쿄에서도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답사지이다.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된 아사쿠사

 

아사쿠사는 센소지라는 절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센소지(浅草寺, 신과 인간이 모이는 도쿄 아사쿠사아사쿠사데라)는 서기 628년 이 지역의 어부 형제가 강에서 관음상을 주워 안치한 것을 그 기원으로 본다. 그 후 여러 건물들이 세워졌는데, 현재는 아사쿠사의 상징인 가미나리문(雷門), 석가모니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5층탑, 센소지 창건 관련 인물들을 모시는 아사쿠사 신사, 비공개인 덴포인(伝法院) 등 여러 건물과 동상, 조형물들이 모여 있다. 아사쿠사는 세계대전과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크게 파괴되었으나 현재는 이를 복구하고 일본의 대표적 관광 명소가 되었으며, 이 곳의 산자마츠리(三社祭)는 도쿄 3대 축제로 매년 5월 셋째 주 금 · 토 · 일 3일간 성대하게 열린다.

 

운수뽑기를 살 수 있는 곳가미나리문을 지나 절까지 가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상점가를 지나야 하는데, 이 곳은 나카미세라고 불린다. 상점가들의 모습은 에도시대를 연상시키는 옛 양식의 건물들이다. 이들 상점가를 지나 도착한 센소지의 수많은 절과 탑, 신관과 무녀복장을 한 이들을 만난다면 21세기 가장 현대적인 도시인 도쿄의 한복판에서 에도시대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아사쿠사는 도쿄의 대표 관광지답게 수많은 볼거리가 즐비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 볼거리에 만족해 버린다면 여행의 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아사쿠사는 신사와 절이 같은 경내를 공유하고 있으며, 섬기는 신만 해도 수십을 헤아린다. 그리고 그 앞에는 상설 상점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는 비단 아사쿠사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여러 신사들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이런 점들에 주목하고 궁금증을 품게 된다면, 일본의 신사 문화를 이해할 기회를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팔백만 신의 나라, 일본참배를 하기 위한 행렬

 

일본의 신사 문화에 대해 말할 때, 흔히 팔백만 신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곤 한다. 그만큼 수많은 신들이 모셔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일본 전설상의 신들은 물론이고, 우리도 잘 아는 불교의 여러 보살들, 역사 속 위인들까지 종류마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이 신들은 높은 곳에서 위엄을 갖추고 인간을 내려다보는 대신 인간과 섞여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일본의 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신의 이미지보다 훨씬 친근하게 일본인들에게 인식된다. 이는 그들이 모시는 신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훌륭한 인물이라면 대개 조그마하게라도 신사가 있을 만큼 신이 되기 위한 기준이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의 정신적 지주인 천황에게 이들이 가지는 경외심 역시 신으로서의 경외심으로, 일본인에게 신은 완전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아주 조금 신성한 이들일 뿐이다. 불교와 같은 해외 종교에 대해 보여주는 포용성도 이런 점에서 기인했을 확률이 높다.

일본의 신사는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주거지역 근처에 흔하게 산재해 있으며, 종교적이라기보단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유명한 신사는 관광지의 의미가 강하지만 그럼에도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마을 신사의 경내에는 아이들 놀이터나 식수대, 벤치 등이 있어 공원과 같은 느낌이다. 또한 신사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행사의 행사장으로 이용되는데, 이런 신사의 근처는 상점가나 주택 등 일반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매우 인접해 있다. 일례로 어떤 신사는 경내 신사 본당 바로 옆에 마을회관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가미나리 문 앞에서지역사회 교류와 관광 수단인 마츠리

 

신사에서 주최하는 마츠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이자 지역 사회를 단결시키는 중요한 행사이다. 물론 유래가 있고 신사에 모신 신에 대한 신앙이 본 취지겠지만, 현대의 마츠리는 그 외에도 지역사회의 교류를 증진시키면서, 하나의 관광 수단으로 이용된다. 일본의 신사는 현대적인 역할을 찾아내어 일본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신사가 간직한 역사적 기억은 죽지 않고 살아서 아직까지 계승 ·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일본 문화를 이해하고 다시 아사쿠사를 바라본다면 보지 못했던 광경을 보게 된다. 센소지는 대표적인 관광지라 관광객들이 많지만, 지역 주민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절과 상점가의 경계는 느슨하여 형식상 존재하는 문이 없다면 구분하기 힘들고, 경내에는 신사에서 모신 수많은 조상신과 함께 절에서 모시는 보살과 석가상이 존재한다. 아사쿠사는 관광객과 주민, 조상신과 보살까지 신과 인간 모두를 포용하는 화합의 장이다.

일본의 종교관은 여행에 있어 우리의 마음가짐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여행지의 낯설음은 자칫 우리에게 특별한 것으로 받아질 수 있지만 그저 다른 것일 뿐,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마음을 열고 그들의 문화와 양식을 이해하려는 자세는 낯선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