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한일관계연구소는 이러한 한·일관계의 현상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의 관계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지난 5월 30일 재일한국인연구자포럼과 “한·일관계의 현황 과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재일한국인연구자포럼은 일본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재일 한국인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한국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보지 못하는 부 분, 일본의 일본 연구자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는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재단에서는 유의상 국제표기명칭 대사, 한일관계연구소 최운도 소장, 남상구 박사, 이종국 박사, 그리고 필자가 참석하였고, 재일한국인연구자포럼에서는 회장인 유혁수 요코하마국 립대 교수, 이광호 게이오대 교수,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 이홍천 도쿄도시대 교수, 신기영 오차노미즈대 교수 등 약 20여 명이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현황과 과제
제1세션에서는 한·일 역사인식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루었는데,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을 주제로 발표가 있었다. 이광호 교수는 한·일 언론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군으로부터 ‘강제 연행된 조선인 소녀’만을 강조한 나머지 ‘위안부’ 피해 문제를 축소, 단순화시켰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그동안 한국에서는 피해와 가해의 다양성을 간과해 왔는데, 박 교수의 저서가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한국의 가해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이에 남상구 박사는『제국의 위안부』가 한국 민간업자의 가해 책임을 제기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과 한국에서 일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문제는 이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공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위안부’제도는 일본군이 관여한 조직적 범죄임에도 군이 아닌 민간업자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박유하 교수가 ‘위안부’제도를 군의 조직적 범죄가 아닌 공창제도의 확대된 형태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합의 이후 양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신기영 교수와 필자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신기영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양국 정부 합의로 완전한 해결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며, ‘위안부’ 문제를 양자 간의 외교문제가 아닌 중대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국제사회도 이번 합의를 일정 부분 평가하면서도 지난 2월 UN 여성철폐 위원회에서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는 것이다. 필자는 합의 이후 한국 사회의 분열 상황을 설명하였다. 토론에서 남상구 박사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이 외교문제로 다루게 된 것은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것으로, 한·일 정부 합의로 필리핀,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위안부’ 문제까지 해결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유의상 대사는 ‘위안부’ 협의가 양자간 외교 교섭의 틀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보완해 나가면서 양국이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양국의 경제·안보·국내 정치 상황과 한·일관계
제2세션에서는 박상준 교수가 아베노믹스와 한국 경제와의 관련성을 발표하였다. 박상준 교수는 아베노믹스 이후 엔 가치가 절하되면서 도요타의 순이익은 급상승한 반면 현대자동 차의 순이익은 감소했다고 자료를 제시하면서, 아베노믹스가대기업을 중심으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완제품 시장에서는 한·일 양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제3세션에서는 안보 문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미·일 삼국 간 동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발표와 한국이 안보 문제를 역사 문제와 분리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토론이 있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 언론인은 일본은 원하지 않는 전쟁에 참여해 가족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반면, 한국 측 참여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이 또다시 한국을 침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협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 였다.
제4세션에서는 국내 정치가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홍천 교수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일파 의원들의 탈락으로 한·일 의원 외교가 약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 간 안정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힘들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였다. 토론에서는 한·일 간 주요 외교 현안은 정부 간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바람직하며,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교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번 세미나 참석자들은 한·일 간에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문제가 존재하고 있으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 교류를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관계 구축 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 또 역사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쉽게 해소되지 않겠지만 그에 매달려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도 인식을 같이 하였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재단 연구자와 일본 내 한국인 연구자들은 학문적 교류가 긴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앞으로 양측 간 교류를 활성화해나가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