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에서는 지난 2007년 1월 24일부터 1월 31일까지 몽블랑과 몽뻬르뒤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재단 조사팀은 ① 파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er)를 방문하여 '접경지역 유산'(transboundary property)의 등재 추세 및 현황, 접경지역 유산에 관련된 사업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였으며, ② 몽블랑지역의 '알프스 보호구역 네트워크'(Alpine Network of Protected Areas), '프로 몽블랑'(Pro Mont-Blanc), '에스빠스 몽블랑'(Espace Mont-Blanc) 등 지역 NGO를 방문하여 알프스 및 몽블랑의 공동관리 실태 및 세계자연유산 등재 현황을 조사했고 ③ 피레네지역의 국립공원 사무소 및 국립공원 박물관을 방문하여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피레네 - 몽뻬르뒤의 세계유산 등재과정과 공동관리 실태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접경지역유산' 관정에서 본 백두산
재단에서 몽블랑과 몽뻬르뒤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은 중국의 장백산 개발 및 세계자2유산 등재 움직임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양국 간의 갈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진흥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에 맞추어 장백산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였다.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및 세계자연유산으로 33개소(2006년 현황)를 등재시켜 이탈리아, 스페인 다음으로 세계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은 2003년 하반기부터 장백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준비하였다.
먼저 국가건설부는 장백산을 중국 10대 명산으로 지정하고, 장백산을 세계자연유산 예비목록에 올리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2005년 5월 청두(成都)에서 열린 '세계자연유산등재신청사업회의'에서 장백산이 국가자연유산 예비목록에 오른 60여 개 후보 중에서 6대 중점 후보의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2006년 7월 지린성 정부는 '등재사업영도소조'('申報工作領導小組')를 조직하여 장백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박차를 가하였다.
국내에 중국의 장백산 세계자연유산 등재 움직임이 알려진 것은 2005년 하반기였다.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의 설립 및 장백산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백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같이 전해졌다. 동북공정에 따른 중국의 역사 왜곡을 성토하고 있던 국내에서는 중국의 장백산 개발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을 백두산을 빼앗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간주하고, 중국이 장백산 개발을 빌미로 '민족의 성산' 백두산의 상징성을 말살하고 백두산 명칭까지 없애려고 한다고 성토하였다.
이러한 국내외 분위기에서 재단은 백두산문제에 대한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고 양국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 방안은 역사적으로 10세기 말 장백산/백두산 명칭이 생겨나고 조선과 청에서 각각 왕조의 발상지로 제사를 지냈다는 역사적인 전제 및 백두산 천지를 북한이 55%, 중국이 45%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적 전제를 도외시 하고서는 백두산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를 무시한 중국이 장백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단독 등재하려는 움직임은 주변국의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백두산문제를 '접경지역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나가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몽블랑의 사례처럼 백두산문제도 관련국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해결방식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접경지역유산' 관정에서 본 백두산
『백두산 공동 등재를 위한 몽블랑·몽뻬르뒤 사례조사 보고서』는 몽블랑과 몽뻬르뒤에 관한 유럽의 인식에 비추어 접경지역 유산으로서 백두산/장백산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공동 관리 및 공동 등재에 대한 몽블랑과 몽뻬르뒤의 사례를 통하여 백두산/장백산의 공동 등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백두산 공동 등재를 위한 몽블랑·몽뻬르뒤 사례조사 보고서』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세계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세계유산(세계문화유산·세계자연유산·세계복합유산) 등재 현황과 등재 절차를 소개하고, 접경지역 유산의 대륙별 현황을 살펴보기 위하여 UNEP-WCMC에 의하여 작성된 '세계 접경 보호구역 목록'(2001)을 소개하였다. 제2장에서는 '알프스협약'(Alpine Convention) 관련 자료를 수록하여 알프스의 보호와 개발을 위한 관련국들의 지침을 보여주는 한편 '알프스 보호구역 네트워크'의 조사보고서인 『알프스산맥 세계자연유산에 관한 현존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하여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대한 알프스지역의 공동 전략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제3장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의 몽블랑 산괴(2000년) 부분과 '프랑스 자연보존학회'의 건의서(2003년)를 통하여 프랑스가 몽블랑의 세계유산 등재를 주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한편 '프로 몽블랑'과 '에스빠스 몽블랑'의 몽블랑 세계유산 등재 관련 자료를 통하여 몽블랑지역 NGO의 세계유산 등재 활동을 살펴보았다.
제4장에서는 1988년 프랑스의 '피레네 국립공원'과 스페인의 '오뎃사 몽 뻬르뒤 국립공원' 사이에 체결된 협력헌장(The Cooperation Charter)을 통하여 공동관리의 사례를 제시하였으며, '피레네 - 몽뻬르뒤'지역의 세계유산 등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ICUN의 평가보고서는 알프스나 코카서스에 비교하여 피레네 - 몽뻬르뒤의 독자적인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제5장에서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서 백두산/장백산에 관련된 자료를 수록하였다. 북한쪽의 백두산 지역은 1989년에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중국쪽의 장백산지역은 1979년에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생물권 보전지역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하여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기에 수록한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 네트워크 규약'(1996년)과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의 지정과 기능을 위한 권고'(2000년)은 각각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현재를 넘어 미래의 세계유산 공동등재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