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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 교과서의 한국 고대사 서술문제
  • 제2연구실 연구위원 임 상 선

역사교과서는 자라나는 젊은 세대와 그 나라 국민의 역사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아울러 주변국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국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상호 이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최근 발간한 『중국 역사교과서의 한국 고대사 서술 문제』는 바로 중국의 역사교과서와 대학교재에서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가 어떻게 기술되어 있으며, 그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관련분야 전공자가 참가하여 분석한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조선, 고구려, 발해 서술

중국의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에 해당)와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 역사교과서에서 고조선은 그 형성과 전개를 능동적이고 자생적인 것이 아닌 중국으로부터 주민 집단의 이주와 문화적인 충격에 의해 타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고조선에 대한 언급없이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이 곧이어 한군현으로 대체되었다고 서술하거나, 연나라와 진나라의 장성이 청천강 또는 대동강까지 이른 것으로 표기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할 점이다. 고조선과 삼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였던 부여는 중국사에 포함시켰거나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삼국중에서 신라 이외에 고구려나 백제에 관한 내용은 본문상에는 거의 나와 있지 않다특히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민교육출판사의 실험본 『세계역사』(世界歷史)에서 한국사 부분이 삭제되었다가 2006년 3월 수정판에서 일부 내용이 복원되었는데, 고대사 관련 부분은 아래의 몇줄에 불과하다.
조선반도에는 일찍이 인류가 거주하고 있었는데, 기원 전후로 조선반도의 북부를 통치한 것은 고구려 노예제국가였다후에 서남과 동남부에도 잇달아 백제와 신라라는 두 개의 노예제 국가가 출현했다. 676년 신라가 조선반도의 대부분을 통치했다. (세계역사 9년급 상책)

고구려라는 단어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통하여 학생들이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한국관련 서술이 삭제 혹은 축소되는 것과 달리, 대외관계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서술 비중이 크게 줄지 않고 있어 대조적이다.
고구려에 앞서 한·중간에 귀속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발해사는 중국의 모든 역사교과서가 당대 소수민족의 역사로 기술하고 있다.
7세기 말, 말갈족의 한 갈래인 속말말갈이 각 부를 통일하고 정권을 건립하였다. 후에 당 현종이 그곳에 주州를 설치하고, 그 수령을 도독으로 삼고 발해군왕으로 책봉하였다. 이로부터 속말말갈정권은 “발해”라고 칭했다. (『중국역사』(中國歷史)7년급 하책)

그러나 발해국의 건국, 주민, 계승의식, 문화전통 등에서 고구려는 전적으로 부정하고 말갈족이나 당과의 관련성만을 기술하는 것은 관련 자료나 학문적 성과를 도외시한 일방적이고 편협한 해석이므로, 향후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주변민족, 문화관련 서술

현행 중국 역사교과서에는 중원지역이 아닌 주변민족(소수민족)은 단순한 나열 형태로 포함되어 있고, 그것도 상당 부분은 이들 소수민족이 왜 중국사의 일부로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에 급급하다. 특히 『중국역사』와 『중국고대사』는 교과서 전반에 걸쳐 한족 중심의 문화사관이 반영되어 있고, 이민족의 문화예술은 중대한 역사적 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편적 사실만을 언급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등 소홀히 다루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역사의 시발을 신화전설을 적극 활용하는 측면에서 서술하고, 이민족의 지배와 대립 역사마저도 한족과 소수민족간에 끊임없이 이루어진 민족융합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요, 순, 우의 전설과 하나라와 같이 실체가 모호한 신화적 요소를 실제 역사로 환원시키는 것은 중국 중심의 역사 우월주의를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독립된 항목으로 편제된 수학, 천문학, 지리학, 야금술, 도자기, 칠기, 양조, 염색, 선박, 농업, 방직기술, 의학, 건축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중국 고대의 과학기술이 세계 문명사의 선두에 있었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과장하고 있다.

대학교재상의 고구려, 발해 서술

중화민족의 시조라는 황제의 능묘에 참배하는 사람들 (중국역사 7상, 인민교육출판사)

이번 연구에서는 중국의 주요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사교재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졌다. 『세계사』와 『중국사』교재는 1990년대 이전에 이미 신라사와 백제사가 중국 역대왕조와 다른 나라와의 관계, 즉 대외관계 부분에 포함되고, 고구려·부여·옥저 등은 동북변방민족이란 편목으로 중국 내부 역사에 편제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 소수민족으로서 지방정권이었다고 강조하거나, 고구려는 옛날 한사군 땅이었으므로 백제, 신라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강조하는 등 동북공정식 논리를 직접적으로 표출한 교재들도 출간되었다. 대학 역사교재의 발해사 서술도 미개한 말갈이 발해를 건국한 기본이었다고 하여 고구려 유민의 부흥운동과의 연계가 보이지 않고, 발전 부분에서도 발해 독자적인 모습보다는 당나라의 영향에 전적으로 의존하였음을 부각하고 있다.
올해에도 중국의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9월 신학기에 맞추어 대만에서 중국과 다른 독자적 역사교과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재단에서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중국 본토 이외에 대만이나 홍콩의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상호 비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