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년간 미국 워싱톤 소재 죠지타운(Georgetown) 대학에서 독도문제를 연구하면서 미국내 대학, 연구소 및 정부인사들과 폭 넓은 토론을 가졌다. 필자는 토론을 통해 이들이 궁금해 하는 많은 사항에 대하여 청취할 기회를 가졌다. 미국측 학자들은 한일 양측 어느 쪽의 주장이 더욱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는가에 관심을 보인 반면, 정부 관리들은 독도 문제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동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에 관심을 표하였다는 데 특징이 있었다.
대체로 이들 인사들은 먼저 한국은 독도 영유권 분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독도는 분명 국제사회에서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연 한국측 주장대로 영유권 다툼이 없다면 왜 한국정부는 독도문제로 고심하는가, 가장 쉬운 방법인 ICJ(국제사법재판소)에 분쟁해결을 부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대해 필자는 누군가가 아무리 부당한 주장을 하여도 일단 문제가 제기되면 무조건 다 분쟁이냐고 반박하면서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명백한 우리 영토에 대해 제3자의 판단을 받는다는 사실자체가 비논리적이라고 설명하고 일본은 중국과의 센카쿠 섬(Senkaku 중국명으로 Diaoyutai) 영유권 다툼관련 명백한 분쟁임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존재를 부인하며 ICJ를 통한 사법적 해결의 가능성 또한 부인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에 덧붙여 ICJ는 사실관계보다는 서구식 법 논리에 충실하여 때로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정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명백한 우리땅, 제3자의 판단은 불필요
국측 인사들은 이어 왜 일본 측 주장은 틀리고 한국 측 주장은 다 옳은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제로 독도에 대나무 한 그루도 없는데 일본이 죽도라고 부르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며 독도가 일본 보다는 한국에서 더 가깝다는 우리측 주장은 법 논리상 반드시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하였다. 이에 필자는 논리적 다툼을 위해서는 사실관계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제반 정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례로 독도가 울릉도에서 보인다는 사실은 오랜 기간 동안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도서(appurtenance)로서 기능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설명하였다. 미국측은 한일 양국이 비록 ICJ를 통한 사법적 해결을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도 부족한 것 같다고 설명하였으며 이에 대해 필자는 대부분의 영토문제는 실리와 국민적 자존심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경우에도 타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기본관계 조약 체결시 독도문제가 가장 큰 장애였던 사실, 중·일간 및 일·러간 영토분쟁에서의 양측이 취하고 있는 단호한 입장을 설명하였다.
미국측은 한국정부가 일본의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제정 및 2006년 독도주변 수역 해양과학조사 계획에 대해 강경 대응한 사실은 지금까지의 조용한 외교를 사실상 포기하는 독도관련 정책의 대전환인가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였다. 특히 어느 동아시아 관계 전문가는 과거 한국정부는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면서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국민감정에 편승하여 강경 입장을 취함으로서 독도문제를 국제 이슈화하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용한 외교가 바람직하므로 이 원칙을 유지하겠지만 일본측의 태도가 통상의 관례적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에도 조용한 외교가 유지되는 경우 일본 및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도 현실적인 대응, 바꾸어 말해 강·온 양 정책의 상호 보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응하였다.
한편 또 다른 교수는 한국이 강경대응의 입장에서 1998년 신한·일 어업협정을 개정 또는 폐기할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였고 필자는 동 어업협정이 독도영유권과 무관하며 그 근거로 동 어업협정 제 15조, 국제판례,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설명하였다.
한·일간 역사청산 측면에서 봐야
미국측은 언제부터 독도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였는가, 왜 지금 갑자기 독도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는가에 관심을 표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필자는 독도문제는 19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편입한 시점부터 이미 시작되었으나 한국의 식민지화로 우리측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독도문제는 한·일간 불행했던 과거사 청산의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하였다.
필자는 또한 독도문제가 새로이 부각된 배경으로 1990년대 초 냉전체제 해체 이후 변화된 국제정치 환경, 일본 국내정치에서의 우경화 경향, 제3차 유엔해양법협약의 발효로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필요성,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일본으로서 독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재평가, 일·러, 중·일간 영토분쟁과의 연계 가능성 등이 다른 고려사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하였다.
미국측이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일본의 고유영토이며 1905년 근대법 체계에 따라 무주지인 독도를 일본 영토로 공식 편입하였다는일본 외무성 자료를 원용한데 대해 필자는 우선 일본이 자신의 고유영토를 무주지로 국제법적으로 선점하여 새로이 편입하였다는 사실의 모순성, 이에 앞서 1900년 고종 황제가 독도를 한국의 행정 구역에 편입한 사실에 비추어 독도가 무주지가 아니라는 점 등 일본 조치의 국제법적 부당성을 설명하면서 우리측 주장의 역사적, 국제법적 정당성을 설명하였다.
미국측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일 양국이 독도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양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며 독도문제는 한·일 양국정부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불간섭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필자는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건설적 역할의 중요성, 특히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 시정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 리더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상과 같은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필자는 미국측 인사들에게 독도문제의 본질과 우리측 주장의 타당성에 대한 이들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조용한 가운데 여사한 토론을 통해 많은 서방 학자들에게 독도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기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우리의 고유영토로 분쟁지역이 아니며 현재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실효적 지배를 유지, 강화해 나간다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는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협상도 재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이 단합된 의지를 과시하면서 국제법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독도에 대해 평화적이며 계속적으로 주권을 행사해 나갈 때 이미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