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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안'에서'밖'으로!! 범 아시아적 네트워크를 만들자
  • 동북아역사재단 이사 김 형 국(중앙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동북아역사재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되풀이되는 역사 갈등을 해소하여 공존할 수 있는 역사인식의 토대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범 아시아적 소통의 마당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비극적 연유로 인해 역사가 왜곡되었고, 이러한 왜곡현상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세기 이래 한국은 식민지 쟁탈전에 휩싸였고, 지금도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이것은 한·중·일 간의 역사 갈등이 단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역사의 진행 상황임을 보여준다. 한국적 역사의식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운 중요한 순간들을 관통하는 역사적 맥락을 정리해야한다. 간도문제나 독도문제는 따로 존재하는 사건이 아니고 연계된 사건인데도, 역사의 흐름과 단절된 채 별개의 소외된 사건으로 흩어진 역사적 사례로 다루어졌다. 간도문제나 독도문제는 한국이 1876년 개항한 이후 1910년 식민지로 전락되는 과정에서 외세들이 결정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사건들을 현재에도 살아있는 역사적 사건으로서 이슈화하기 위해서는 소외된 역사적 사건들의 기본사료를 정리하고 발간할 필요성이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에 주어진 과제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한국‘안’의 영역을 ‘밖’으로 확산하여 동심원을 넓혀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사의 분명한 패러다임을 정립하여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국 자체의 논리를 개발하는 일이 요구된다. 특히 중국이 구소련의 소수 민족국가로의 분할을 지켜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에 따라 소수민족을 통제하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한 ‘다민족 통일국가론’을 전개한다. 이러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한국은 우리가 수·당과 접전하여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민족의 긍지를 지켜온 역사인 고구려사를 민족의 이름으로 수호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에 대해서도 독도문제, 동해표기문제, 일본군위안부문제, 야스쿠니신사참배문제 등 일본의 우경화 경향에 대해 논리와 근거에 입각하여 대응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동북아재단의 발족은 국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결집하여 중국과 일본의 왜곡된 역사 주장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민족적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한국사의 분명한 패러다임 정립을

또한 공존을 추구하는 대의적 차원에서 이러한 과제를 중국 일본과 더불어 수행해야할 두 번째 책무가 있다. 각국의 역사가 별개로 독립된 역사일 수는 없는 것이다. 상호 인정할 수 있는 역사를 공유할 수 있어야만 보편적인 동북아역사로 소통할 수 있다. 한·일 역사학자들이 십년 이상 노력을 들여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하였다는 최근의 사실도 공존의 역사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시사한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한·일, 한·중 역사가회의를 매년 개최하여 동아시아 통사를 발간하려는 작업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셋째, 보다 외연을 넓혀 한국 ‘밖’의 영역에서는 범 아시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의 문제는 단순히 동북아시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문제 상황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공간을 확대시키고 있다. 역사와 국경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일본과 갈등이 있는 국가들-즉 몽골,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들,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과도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 과제가 무사히 성사된다면 범 아시아적 문화 네트워크로서 국제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대 국가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식인간의 교류와 공동연구를 포함하여 다양한 구성원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존할 수 있는 역사를 이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절실하다. 민간차원에서 동북아역사포럼이 출범된다면 이러한 점에서 분명히 중요한 역사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과제가 반드시 상호 보완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호 인정할 수 있는 공존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첫 번째 제안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동북아 문제에서 어느 한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로 의도한다면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협력체제 구축에서 필요한 전제와 방향은 유럽의 지역적 협력 경험을 보고 배워야 한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구성한 주역들은 이제까지 알려진 바와는 달리 더욱 치밀하고 은밀하게 의사를 교환하였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동아시아에서는 그 정도의 밀접한 상호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지역협력경험에서 배우자

한국을 포함하여 동아시아 국가 사이에 민족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민족주의적 방식에 민족주의적 대응으로 맞설 때 협력적 공존은 무산될 수 있다. 북핵위기 이래 한반도는 주변 강국과 6자회담을 이행하는 과정에 서있다. 일본으로서는 북핵위기, 납치문제 등으로 북한이 탐탁지 않을 터이니 우경화 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 우려된다. 한편 중국은 중국대로 자국의 민족주의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역사문제에 관해서 우리가 민족적 입장만을 강조한다면 공존할 수 있는 역사와 범아시아적 소통을 이끌어 내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주체적 역사 패러다임을 강구하면서도 이를 유연하게 제시해서 대화를 지속하여야 할 입장에 있다.
재단의 근본 목적과 취지, 그리고 방향에 따른 연구를 강조하느냐 아니면 전략에 주력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현실적 측면에서는 전략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재단의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를 강조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략의 측면에서는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동북아시대위원회와 중장기적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겠다. 재단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연구와 전략을 모색하면서도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국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노력, 되풀이되는 역사왜곡의 당사자로서 중국과 일본과의 공동 작업, 그리고 범아시아적 네트워크를 넓혀나가는 일을 통해, 연구와 전략의 중간 접점에서 대화를 이끌어내 공존할 수 있는 역사인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보다 중장기적인 목표와 자세를 가지고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재단은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