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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 공동 학술회의 개최 – 한국과 베트남의 비교사 연구 모색 -
  • 이병택 재단 국제관계와 역사대화연구소 연구위원

재단 -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 공동 학술회의 개최 – 한국과 베트남의 비교사 연구 모색 -

 

한국과 베트남의 식민시대 통치성

  재단은 지난 97일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 역사연구소와 4번째 공동학술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주제는 한국과 베트남의 식민시대 통치성(governmentality)’이었다. 베트남 역사연구소에서는 소장인 쩐 티 프엉 호아, 응우옌 득 뉴 그리고 응우옌 티레하 세 분이 발표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병택, 양지혜 재단연구위원과 윤현상 한국교원대학교 연구교수가 참가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베트남 역사를 줄곧 연구해오신 유인선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에서의 베트남 연구라는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를 하였다. 토론은 김현철, 전영욱 재단 연구위원과 어성철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가 맡아주었다. 모두 여섯 명이 발표하였는데, 발표자와 발표제목은 아래와 같다.


환영사하는 이영호 재단 이사장

환영사하는 이영호 재단 이사장


  현재 한국과 베트남은 활발한 경제 교류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많고 역사적 경험에서도 비교할 것이 많기 때문에 재단은 설립 이후 줄곧 베트남 사회과학연구원과 학술교류를 맺어왔다. 2016년 본격적인 공동 역사연구를 시작해 볼 생각으로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 역사연구소와 연구협력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17동아사아 관련 연구의 재조명을 주제로 역사연구소와 첫 공동학술회의를 베트남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20196월에는 시간과 공간의 관점에서 본 국가형성의 과정: 한국과 베트남의 비교’, 12월에는 바다의 힘: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에서 국가 통치와 공동체 애착이란 주제로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공동학술회의를 가졌다.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년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번 공동학술회의는 중단되었던 연구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발표자와 발표 제목

 

재단 -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 공동 학술회의 개최 – 한국과 베트남의 비교사 연구 모색 -

 

 

아직은 낯선 나라, 베트남

  활발한 경제 교류에 비해 한국에서의 베트남 연구는 아직도 부실하다.” 평생 베트남을 연구하신 유인선 선생님의 말씀이다. 도서관에서 베트남 관련 책을 찾아보면 자료 부족을 실감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술교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언어 장벽과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언어에 익숙해지고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관습에 눈을 뜰 때, 한 차원 높은 교류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대비하는 데 필수다.


발표 중인 유인선 교수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지정학적 유사성과 역사적 경험의 유의미한 비교가 있었다. 대륙으로부터 해양으로 진출하거나 해양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세력에게 한반도와 베트남은 교두보로 인식되었다. 그러한 지정학적 조건에서 베트남의 외교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또한 베트남의 프랑스 식민시기와 한국의 일제 식민시기의 교육 정책과 그것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과 저항을 비교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 교육은 서구의 근대교육이 아니라 전통교육이라는 유교적 유산이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에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베트남 사회에는 그러한 믿음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에 비해 한국 사회는 신식교육에 비교적 급속하게 포섭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일제의 발전통치가 지역사회의 다층적권력에 미친 영향과 그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저항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여기서 통치의 양식과 더불어 자본의 요소를 분석의 변수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 식민 통치성을 비교적 다양한 시각에서 읽어낼 수 있는 발표였다.


쩐 티 프엉 호아 소장쩐 티 프엉 호아 소장

쩐 티 프엉 호아 소장                                            응우옌 득 뉴 교수

 

  이에 반해 여전히 서로 간 이해가 힘든 영역이 존재한다. 전통과 관련된 부분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공화의 전통은 서구에서 전래한 것으로 이해된다. 중국과 일본에서 공화주의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공화주의적 요소가 동아시아에도 있었다는 주장은 학계에서 어느 정도 통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류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베트남은 공화의 전통을 베트남 지역 촌락의 거버넌스에서 찾고 있었다. 지역 유지를 중심으로 한 장로 거버넌스가 풀뿌리 공화주의전통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란 주장이다. 프랑스 식민시기 동안 프랑스의 사상이 유통되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프랑스의 영향에 대한 언급은 발표에 없었다. 특히 프랑스의 사상가인 몽테스키외는 근대 공화주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데, 베트남 지성사에서 그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응우옌 티 레 하 연구원응우옌 티 레 하 연구원

응우옌 티 레 하 연구원                                        유인선 교수



  풀뿌리 민주주의란 말이 낯익은 우리에게 풀뿌리 공화주의는 상당히 이색적이면서도 낯설게 들렸다. 프랑스 철학자 토크빌(Tocqueville)의 미국 민주주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에서도 향약(鄕約)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지역유지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를 공화주의 거버넌스로 본 적이 있나 싶었다. 서구의 정치사상을 전공한 필자에게 베트남 촌락은 공화주의 요소보다는 지역 공동체의 일종으로 비쳤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공동연구의 터를 놓을 기본적인 개념 공유 작업이 상당 기간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향후 공동연구의 방향

 

향후 공동연구의 방향

  앞에서도 언급했듯 한국과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유사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영토와 해양 문제와 관련된 향후 연구 협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의미하게 비교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관심을 역사연구와 접목시키면 더 넓은 통찰과 더불어 풍성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공동역사연구는 전근대와 근대로 나눌 수 있다. 근대는 바닷길이 열리면서 세계의 공간이 확장되었기 때문에 지정학적 공간이 크게 바뀌었다. 해양을 통한 새로운 문명세계와의 조우는 기존의 경험세계를 크게 뒤흔들기도 했고 또한 확장시키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경험의 조건이 크게 바뀐 것이다.


응우옌 득 뉴 교수 발표 장면

응우옌 득 뉴 교수 발표 장면


호앙 티 타인 응아 연구원

호앙 티 타인 응아 연구원



  이러한 변화된 조건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처음으로 진지한 교류를 시작했다. 중국을 상대한 비슷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시기에는 전면적인 교류가 없었다. 베트남 참가자들과의 대화 중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한국 기업에 세운 공장이 들어선 곳 주민들이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니 외도 등으로 인하여 가정불화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한다. 전통적 가족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떠한 사물이든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가급적 긍정적 효과를 잘 유지하면서 부정적 효과를 줄이는 데 있을 것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제 한국 또한 좋든 싫든 포스트 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에 빠질 수 있는 위험부담을 지고 있다. 모쪼록 재단과 베트남사회과학연구원의 공동학술협력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그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고 서로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여지를 줄이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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