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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
  • 박장배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연구위원

“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

 

몽골제국사ʼ학술회의 개최

  재단은 925몽골제국과 세계사라는 주제로 2023년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학술회의는 2012년 이래 정기적으로 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개최하고 있으며, 그동안 한·몽 관계사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역사 관련 공통 관심사를 다루어 왔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몽골제국사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10월 몽골 울란바타르에서는 국립 칭기즈칸박물관이 개관하였고, 올해 5월에는 재단에서 관용적인 정복자, 대원제국을 발간하였으며, 8월에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에서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 가 출판되었다.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적인 차원의 몽골제국사 연구가 세계사 속의 몽골제국사 연구로 확장되는 21세기의 추세를 잘 보여준다.

  또한 탈냉전이 도래한 1990년 무렵 이래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세계화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13세기 몽골제국 시기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접근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3세기 몽골제국이 출현하면서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 몽골이 주도하는 평화) 질서가 구축되었다. 그렇게 덜컥 열린 기회와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여러 국가와 문화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조정해 갔다.


학술회의 1부 토론 장면

학술회의 1부 토론 장면


  이번 학술회의는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출간 의의를 검토하는 1부와 한국·몽골 학계의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사 연구의 최근 추세와 동향을 다루는 2부로 구성되었다. 몽골제국시기 세계화와 문명 교류, 정체성 위기와 재구성에 대한 폭넓은 논의는 세계화 시대에 격화되는 역사 갈등과 문화 충돌을 해소하는 데 역사적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어떠한 지적 향연이 펼쳐졌을까?

 

“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출간과 의미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는 미할 비란 교수(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와 김호동 명예교수(서울대학교)가 공동 주편을 맡았다. 40여 명의 학자가 참여하였는데 올해 8월에 출간되었다. 케임브리지 역사 시리즈는 해당 분야의 주제를 역사적인 측면에서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로 인식되고 있을만큼 높은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는 케임브리지 역사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몽골제국사 전체를 다룬 서적이다. 1부 발표는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를 책임 편집한 두 학자가 직접 그 내용과 의미를 소개하여 학술적 의미가 크다.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를 소개하는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미할 비란 교수는 이 책의 편찬 과정과 원칙, 구성, 최근 연구 경향, 발전 방향 등을 설명하였다.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1권의 부록 개념인 2권은 몽골제국에 대한 문헌자료, 고고학자료, 시각자료를 살펴보고 참고문헌 목록을 제공했다. 발표자는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가 몽골제국을 온전하게 유라시아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혁신적 연구를 가능하게 할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

미할 비란 교수                                                       엥흐치멕 교수

“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몽골제국과 세계사” 한·몽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

알탄수흐 연구원                                                      촐롱 관장


  김호동 교수는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연구사적 의의에 대해 발표하였다. 김 교수는 도오송(C. d’Ohsson)의 몽골사(1834 ~ 1835)에서 몽골제국사에 대한 근대 학문적 연구가 시작된 이래 그 관점을 생태적 관점, 지역적 관점, 전체적 관점(holistic perspective)이라는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정리하였다. 전체적 관점이란 몽골제국을 지역적 단위로 나눈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하려는 관점이다. 특히, 1987년 올슨(T. T. Allsen) 교수의 몽골의 제국주의(MongolImperialism)가 출간된 이후 몽골제국을 하나의 전체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모여 이번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출간이라는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발표자는 마지막으로 향후 교류사와 제도사 방면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학술회의 전경


  토론자 중 한 명인 조원희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출간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하였다. 토론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이 책의 출간은 그동안 이루어진 몽골제국사 연구의 성과와 함께 그 한계도 보여준다. 비란 교수는 이 책에 해양아시아 부분을 포함시키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이영호 재단 이사장은 이 책의 출간을 축하하면서 케임브리지 한국사(4책 예정)의 출간도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렉젠 소장의 발표 장면


한국과 몽골의 몽골제국사 연구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2부에서는 다섯 명이 발표하였다. 권용철 연구원(단국대학교 북방문화연구소)최근 한국학계의 13 ~ 14세기 몽골-대원제국사 연구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권용철 연구원은 한국학계의 몽골 - 대원제국사 연구가 사료의 번역, 해외학계 연구서의 번역, 학제 간 연구, 고려와의 관계사 연구, 참신한 주제 개발 등을 통해 꾸준한 발전을 이룩했다는 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이를 통해 보면, 최근 한국학계의 연구는 이른바 대중화주의지향에 따른 역사의 정치적 해석에 보이는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북방민족사 연구에 관심이 커지면서 몽골의 정체성 유지, ‘제국적 제도와 같은 몽골 고유의 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관점이 이동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할 비란 교수의 발표 장면


  특히 재단에서 출간한 관용적인 정복자, 대원제국은 대원제국이라는 역사적 실체만을 중심 소재로 삼아, 다양한 주제로 국내 8명의 연구자가 집필한 국내 최초의 대원제국 관련 서적이다. 이 연구서에는 통제관용이 동시에 드러나는 대원제국의 양면성이 잘 드러난다. 재단의 기획연구인 움직이는 제국, 거란, 전사들의 황금제국 금나라에 이은 관용적인 정복자, 대원제국의 출간은 중원의 일부 혹은 중국 전체를 정복하여 통치한 북방민족의 주체성을 한국학계의 시각을 통해

종합적으로 제시한 연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Ts. 엥흐치멕 교수는 최근 몽골의 몽골제국사 연구 동향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2003몽골사(1-5)가 출간되어 몽골제국사 연구가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였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최근 몽골학계의 몽골제국사 연구에는 카안과 황후들에 대한 전기(傳記) 연구, 정치와 법제 방면의 연구, 국가상징과 텡그리즘에 대한 연구, 군사사 연구, 대원제국과 고려 관계를 다룬 성과를 다수 포함하는 대외관계사 연구, 화폐 연구, 교역과 교역로 연구, 각종 문화 연구 등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몽골학계의 몽골제국사 연구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몽골학계는 국제적인 학술교류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주 양동 마을 답사 장면


G. 알탄수흐 연구원은 최근 몽골비사연구 성과(2019~2023)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대몽골국 카안의 궁정에서 발간한 공식 역사서로 유목민들이 직접 생산한 기록인 몽골비사연구의 최근 성과를 소개하였다. 먼저 몽골비사에 보이는 유목민들의 사회 구조 연구, 역사적 지명과 인명 등 고유명사 연구에 보이는 성과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이러한 연구들, 특히 고유명사 연구는 몽골비사원전 연구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측면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론 과정에서 몽골비사에 대한 각국 학계의 연구가 상당히 많이 축적되었다고 지적되었다시피 몽골비사에 대한 국제학계의 관심은 이 자료의 중요성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청대의 만주원류고나 조선의 용비어천가와 같은 유사한 문헌에 대한 비교연구도 기대된다.

  G. 에렉젠 소장은 최근 몽골제국 관련 고고학 연구 성과라는 제목으로 몽골제국 시기 고고 유적과 출토 유물의 가치, 필요성, 발굴성과 등을 두루 소개하였다. 몽골제국 시기의 실물 유산이 매우 적고, 문헌 자료들이 몽골인들의 시각에서 작성된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자료를 통한 고고학적 연구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에서는 몽골제국 시기 고고학을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몽골제국 시기 고고학 유적과 유물의 등록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복합적인 학술사업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S. 촐롱 관장은 국립 칭기즈칸박물관이 몽골사회에서 갖는 역할과 위치라는 제목으로 몽골인들이 몽골 자본으로, 몽골 전문가들의 역량으로 설립한 칭기즈칸박물관이 몽골에서 중요한 교육센터로 자리 잡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몽골 정부의 거의 모든 투자가 중단되었지만, 국립칭기즈칸박물관 건립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박물관이 개관하고 11개월 동안 약 24만 명이 관람했으며, 개관 1년 만에 몽골 인구의 5%가 방문하였다. 몽골국에서 칭기즈칸박물관 건립과 같은 국책사업을 추진한 것은 몽골제국 유산의 교육적 활용뿐만 아니라 칭기즈칸은 몽골의 미래 전략을 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향후 과제와 꾸준한 학술교류

  학술 교류에서 지속적인 만남의 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탈냉전 시기 30년을 거친 현재, 국가 및 지역 간 역사논쟁과 문화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지속적인 학술교류를 통해 모두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인문학적 위기 속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해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몽 간의 꾸준한 학술교류 경험은 소중한 학술적 자산이라고 하겠다.

  재단과 몽골과학아카데미의 꾸준한 학술교류는 양국 학계에서 한몽관계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도 참가자들은 최근의 학술 성과를 공유하였고 또 여러모로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학술회의 참가자들은 몽골의 대칸을 위한 요리책 음선정요(飮膳正要)에 고려의 쌈 채소가 감미롭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오래전의 음식 한류부터 시작하여 생활사 영역에까지 관심의 영역이 미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재단으로서는 북방사 영역의 공백을 메꾼다는 의미에서도 몽골학계와의 학술교류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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