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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문화적 상상력은 역사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 인터뷰이ㅣ 팀 윈터(Tim Winter) 국립 싱가포르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 인터뷰어ㅣ 이유표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연구위원

지리문화적 상상력은 역사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팀 윈터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전 세계의 유산외교(Heritage diplomacy), 지리문화적 정치(Geocultural politics)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학자로, 현재는 국립 싱가포르 대학에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실크로드 :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다(The Silk Road: Connecting histories and futures )(Oxford University Press, 2022)를 발간하여, 현재 국가들이 실크로드를 기억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는 올해 8, 재단 초청으로 NAHF 포럼에 참가하여, ‘지리문화적 정치-유라시아의 문명, 국제주의와 세계질서 구축(Geocultural politics; civilization, internationalism and world ordering across Eurasia)’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하여 큰 관심을 받았다.

    

인터뷰이팀 윈터(Tim Winter) 국립 싱가포르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

인터뷰어이유표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연구위원

 

지리문화적 상상력은 역사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Q. 선생님께서는 원래 문화(Culture)’, ‘유산(Heritage)’, ‘관광(Tourism)’ 등을 연구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오랫동안 역사의 활용과 과거가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년 전,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캄보디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당시 캄보디아는 극심한 폭력과 고립을 겪은 후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핵심 동력은 바로 관광이었습니다. 캄보디아에게 문화유산은 정체성과 존엄성을 되찾는 언어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나라로 유입되는 새로운 자본의 흐름 및 복구와 재건을 둘러싸고 형성되던 정치적 관계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문화’, ‘유산’, ‘관광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10년 전부터 선생님 연구에는 외교(Diplomacy)’라는 키워드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지리문화(Geocultural)’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이는 선생님의 학술적 관심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생각되는데, 특별한계기가 있을까요?

 

A. , 캄보디아에서 일하면서 외교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언어가 없었죠. 그 후 몇 년 동안 국가와 조직이 과거 문화에 대해 협력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기 위해 유산 외교라는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저는 이 개념이 20세기 지정학 및 문명 사상과 관련된 협력과 원조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석적 프레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문화와 문화권력, 그리고 역사의 활용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언어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지리문화(Geocultural)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입니다. 실크로드를 사례로 들어보면,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 불교 세계, 신라, 지중해, 영국과 같은 용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이것은 수천 년 동안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는 길고 복잡한 역사적 과정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실크로드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연결시켜 주는 지리문화적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유네스코와 같은 기관들이 탈냉전 이후 한국의 통일신라 시대에 주목한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는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대화를 촉진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반영한 것으로, 신라에 초점을 맞춰 남아시아 및 아랍 세계와 연결된 동아시아 문명의 깊은 역사를 강조한 것입니다.

 

『실크로드 :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다』 표지

『실크로드 :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다』 표지


Q. 신라에 매료되셨다면, 혹시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신가요?


A. 2018년 경주에서 개최한 <글로벌 유스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국립경주박물관과 불국사에도 가봤습니다. 동시에 저는 세계 실크로드 대학연맹(Silk-road Universities Network, SUN)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도 참석했습니다. 세계 실크로드 대학 연맹은 실크로드 주변에 자리한 국가의 대학들이 연대해 실크로드에 관한 학술, 교육, 문화 등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동서양 문명의 상징인 실크로드 정신을 회복하고, 미래 세계평화와 인류문명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2015년 경주에서 창립되었습니다. 바로, 이 경주라는 도시 가 냉전 종식 후 국제 문화외교의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실크로드: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다(The Silk Road: Connecting histories and futures) 를 출간하셨습니다. 바로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인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이 책에서 저는 실크로드가 본질적으로 현대의 주요 지리문화적, 지리전략적 개념 중 하나가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실크로드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특정한 아이디어와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과거와 미래가 서로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바로 21세기 실크로드의 부흥을 표방한 것입니다. 실크로드에 대한 상상은 중국 기관과 중국인들이 대양과 대륙을 아우르는 미래를 생각하고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중국의 실크로드 상상은 중국이 특정한방식으로 미래를 상상하는 데 뚜렷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인도, 이란, 튀르키예 모두 실크로드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각기 나름대로의 상상을 낳고, 또 이러한 실크로드 상상에 기반한 미래 또한 각기 다르다 할수 있습니다.


 

Q. 이번 NAHF 포럼에서도 중국 외에 인도, 이란, 튀르키예 등의 지리문화적 상상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이에 대한 보충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인도를 사례로 보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는 마우삼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인도양에 위치한 유서 깊은 무역로와 문화적 통로를 중심으로 구상된 국제 문화부문의 정책 구조에 대한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40여 국가를 파트너로 삼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고, 인도 문화부는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인디라 간디 예술센터(Indira Gandhi National Centre for the Arts)와 인도 고고학조사단(Archaeological Survey of India) 등 인도의 주요 문화기관이 지닌 전문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과 튀르키예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두 국가는 모두 실크로드 선상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서쪽 끝, 이란은 중간 정도에 자리하고 있는데, 실크로드에 대한 역사적 기억, 그리고 상상 또한 지리적 위치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이란은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이라는 기억과 상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고, 튀르키예는 실크로드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기억과 상상을 바탕으로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리문화적 기억과 상상을 바탕으로 역사를 활용하는 사례입니다.

 

Q. 인도의 마우삼 프로젝트를 언급하셨는데, 말씀하신대로 이는 중국의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일부 언론에서는 마우삼 프로젝트가 중국 일대일로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하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A. 파트너라기보다는 협력과 동맹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국은 아시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적 라이벌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양국의 문명 유산을 홍보하고 지역적 유대를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지리문화적 상상력은 역사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하는가?

 

Q. 강대국들의 지리문화적 투쟁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역사, 문화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갈등과 대결을 넘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의 역사·문화 연구자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이것은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한국 학자들이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외교 및 정치, 역사문제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에게는 과거가 특정 목적을 위해 현재에서 어떻게 끊임없이 수정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해하고, 왜 중요한지, 현대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는 것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야만 가능합니다. 예컨대, 정치 이론가들은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루한 논쟁을 넘어서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고, 역사학자들은 이를 위한 중요한 접근 방법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라시아는 과거 왕조, 제국, 왕국에 대한 노스탤지어 정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포퓰리즘 민족주의 운동, 외교 정책, 정부 간 정책 구조, 싱크탱크 분석, 그리고 광범위한 대중에게 도달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포함한 대중문화 등을 통해서 말이죠. 이것은 어떻게보면 이해하기 힘든 상호 연결집합입니다. 그러나 저는 과거에 대한 지리문화적 상상력이 이러한 다양한 영역 사이에서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강대국들의 정책에 한국, 동유럽,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의 소규모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는 참으로 복잡한 과제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여러 지역의 인사이트(insight)를 공유하기 위한 어휘를 개발해야 합니다. 저는 비교 분석적 방법을 제안합니다. 상호 존중이 전제된 비교 분석적 방법은 매우 생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와 스리랑카 등에서 일하면서 소규모 국가들의 경험을 조사했습니다. 글로벌 강대국들의 야망이 이들을 어떻게 다루고 또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를 말입니다. 이를 통

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NAHF 포럼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에 덧붙여 향후 어떤 연구를 계획하고 계신지도 간단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저는 몇 년 동안 이렇게 잘 조직되고 지적으로 자극적인 행사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회의 장소는 물론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DMZ 답사 등 모든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귀국한 후에 사람들에게 서울이 얼마나 멋진지, 포럼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번 포럼은 우리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역사가 중요해지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국제적 순간에 진입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현재는 소규모 국가들에게 어려운 시기입니다. 학자들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는 주로 지리문화적 정치와 외교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데, 오늘날 소위 문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특정 국가들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소규모 국가들의 대응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구체적 구상은 없지만, 한국 학자들과의 협력 또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나누었던 흥미로운 토론은 향후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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