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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국화와 동아시아 그리고 민족주의” 국제 학술회의를 마치고
  • 차재복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의 대국화와 동아시아 그리고 민족주의 국제 학술회의 사진

 

민족주의, 동아시아 갈등의 요인으로 부각

재단은 지난 1014중국의 대국화와 동아시아 그리고 민족주의(China’s Great Power, East Asia and Nationalism)”를 주제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1부는 인도·태평양과 유럽의 시각에서, 2부는 동아시아 역내 시각에서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토론했다. 재단 이영호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오늘 우리가 얘기하려는 중국은 1949년의 신중국, 1980년대 개혁개방기의 중국이 아닌 21세기 강대국 중국이다.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로 70년 전 냉전시기, 40년 전 데탕트시기의 동아시아가 아닌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갈등·대립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중국 인식과 시각을 공유하여 궁극적으로는 역내 협력을 지향하는 학술적 대안을 당부했다.

미국과 중국은 인도·태평양일대일로전략을 내세워 역내 국가들에게 서로 내 편에 서달라고 조르고 있다. 조셉 나이는 현재 미·중 갈등의 원인으로 사회주의, 자본주의보다는 민족주의를 거론하며 이에 적합한 역사적 비유로 1945년이 아닌 1914년을 들고 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유럽에서 요동친 민족주의 때문이었고 한다. 동아시아 지식인들도 오늘날 역내 갈등의 근원으로 민족주의를 거론해 왔다.  

    

한국 학자의 시각

먼저, 김한권(국립외교원)은 시진핑 시대 중화민족주의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근현대 시기 중화민족주의의 필요성이 두 번에 걸쳐 대두되었다. 첫 번째는 19세기 중후반,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을 겪으면서 중화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시기로, 중국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중화민족으로서 자기 정체성 확립과 국가관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20세기 후반 탈냉전 시기, 중국 지도부는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의 붕괴와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민주화를 목격하였고, 개혁개방 이후 공산주의 사상을 대신했던 애국·민족주의는 중국공산당의 지도력과 정통성을 지지하는 중심축이 되었다.

이동률(동덕여대)은 이에 대하여, 전통시대 중국에는 민족국가 대신에 천하(天下), 민족주의 대신에 중화주의라 일컬어지는 문화주의가 존재했고, 문화주의는 서구(일본) 열강과의 충돌 과정을 통해 민족주의로 전환되었으며, 민족주의는 처음에는 배외사상(排外思想)을 지닌 저항의 형태로 나타났으나, 개혁개방 이후에는 애국주의의 외형을 지닌 국가주의 속성의 민족주의로 변용되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중국공산당 백주년 기념사에 이어 금년 신년사에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3월 양회(전인대, 정협)에서, 그리고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서구사회 vs 러시아 전쟁 기간과 맞물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고조기에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예로, 그는 올해 35일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제5차 회의에서,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다지고 민족 단합과 진보 교육을 심화시키며, 모든 소수민족 집단이 동고동락하고, 중화민족공동체라는 대가족으로서 석류알처럼 꼭 껴안아 위대한 조국을 건설하고, 실제 행동으로 제20대 공산당 대회의 승리를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光明日報, 2022.3.6). 요컨대, 시진핑 시대, 중국이 세계화의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중국의 부상을 실현시키는 국민적 이데올로기로서 중화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다.

    

인도·태평양과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의 시각  

뉴질랜드의 알랙산더(Alexander Bukh,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한국과 태국에서의 중국 인식을 주제로, 같은 대학의 현대중국연구소장 재슨(Jason Young)뉴질랜드의 시각에서 중국의 민족주의와 국제적 권위를 주제로, 그리고 니코라(Nicola Casarini, IAI &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유럽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그에 따른 중국의 이미지 변화에 대해 발표하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의 강대국화에 따른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경계했다. 일례로, 유럽에서의 일대일로에 대한 인식은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나뉘어 긍부정적 인식이 교차하나, 서유럽에서는 일대일로가 유럽을 양분하고 있다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인도의 시각에서는 스와란(Swaran Singh, Jawaharlal Nehru University)“‘인도·태평양 전략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인도의 입장에 관하여 발표하고, 인도는 스스로 세계적 대국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인도를 넣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리자(Reeja Nair, Institute of Chinese Studies, New Delhi)인도 내 중국의 대국화에 따른 중화민족주의의 동향을 분석하였다. 그는 인·중 사이의 국경 분쟁의 근원은 중화민족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산딥(Sandip Kuma Mishra, Jawaharlal Nehru University)중국의 일대일로와 인도의 동방정책그리고 한국의 신남방 정책’”을 연계하여,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우선 대립과 갈등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앨런(Alan Chong, S. Rajaratnam School)시진핑 시기,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 및 준군사적 민족주의를 주제로, (Lam Peng Er,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아세안 지역에서의 중국의 민족주의 현재적 상황(status)”을 주제로 발표하였고, 마스오(Chisako Masuo, Kyushu University)는 일본의 입장에서 시진핑 시대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동아시아 역내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이 있음을 경계했다.

그리고 저우자천(周嘉辰, National Taiwan University)중국의 권위주의와 민족주의 부상을 주제로 발표하고, 근래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강도 높은 군사훈련은 대만과 미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국내 상황도 반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 자국민에게 미국의 행동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20대 중국공산당대회를 시청하고서

시 주석은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표대회(2022.10.16.~ )에서 지금부터 중국공산당의 핵심과제는 모든 민족 집단의 인민을 단결시키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완전히 건설하는 것이며, 2100년 투쟁목표의 실현과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보고하였다(人民日報, 2022.10.21.). 보고의 핵심어는 중국몽중화민족공동체, 앞으로 중국이 추구하는 길이 덩샤오핑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길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길로 바뀌었음이 분명해졌다.

끝으로, 지난 10년간 중국의 국가전략에 시진핑 사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화민족주의가 강하게 도포(塗布)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동북공정사드 보복그리고 근래 문화 갈등(김치, 한복)을 경험한 한국의 입장에서, 강대국화를 추동하는 중국이 거대한 힘으로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을 누르는 패권국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웃 국가들과 평화공존하는 동반자가 될 것인지.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 개발이 긴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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