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국제화를 위한 발걸음
북미 최대 아시아학회 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3월 24~27일 사이에 열렸다. 이번에 재단은 “A Growing Idea of Neutral Korea in the Collapsing Sino-centric Order”란 제목으로 패널을 만들어 참가했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지 참가를 결정하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3월 초 현지 참가 결정을 위한 마지막 기한까지도 여러 돌발 변수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참가를 결정한 것은 재단의 국제화 필요성에 대한 시급성과 더불어 1년간의 준비 노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 덧붙여 우크라이나 전쟁은 AAS 참가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현재 러시아에 파견 중인 패널 발표자인 재단의 최덕규 연구위원과 러시아 극동연구소 벨라 박 소장의 미국 여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불가능한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순간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번 AAS 학술회의에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참가한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AAS 학회 재단 패널 참가자
‘무너지는 중화주의와 한반도의 중립화’를 이야기하다
워싱턴 대학교 명예교수인 클라크 소렌슨(Clark Sorensen)의 사회로 패널이 진행됐고, 예상 외로 12분의 연구자들이 청중으로 자리를 같이 했다. 김현철 연구위원이 첫 발표를 했고, 이어서 최덕규 연구위원, 그리고 벨라 박 소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아쉽게도 토론을 맡은 죠슈아 반 리외(Joshua Van Lieu) 계명대 교수는 코로나에 따른 부담으로 여행을 포기했기 때문에 토론문으로 패널을 채웠다. 흥미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가령 지역 헤게모니 변화에서 중소 국가의 역할, 중화주의 천하질서와 유럽 모델의 차이와 그 속에서 중립화의 비교, 그리고 위의 논의가 현재의 동북아 상황에 대해 갖는 함의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의 연구협력 대담
재단은 향후 재단 내·외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를 주제별로 연계해서 국제적 수준의 단행본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재단의 해외 홍보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주로 미국 출판사들이 도서 홍보부스를 채우고 있었다. 재단 출판팀도 그간 꾸준히 AAS 도서전에 참가하여 재단 도서를 홍보하였는데, 이후에도 꾸준히 참가하여 관련 노하우를 익히고, 이를 영문 서적의 해외 현지 출간으로 이어간다면 재단의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여 올해는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일본국제교류기금은 제2차 세계대전 미군의 통역으로 참가했고 그 이후 일본으로 귀화한 도날드킨(Donald Keen)과 하버드 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Japan as Number one의 저자 보겔(Ezra Vogel)에 대해 홍보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국제화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해 이러한 자리에서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념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AAS 학회 재단 패널 발표
마크 램지어 논문 이후 학계 동향과 전망
AAS 학술회의 참가 목적 중 하나는 게임이론으로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다룬 마크 램지어(Mark Ramseyer) 의 논문 이후 ‘위안부’와 강제동원 관련 학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서현주 재단 연구위원이 접촉한 인사들과 하와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백태웅 소장과의 미팅을 통해서 ‘위안부’, 강제동원, 그리고 독도 관련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논문을 통한 논쟁의 범위를 벗어난 활동을 상당히 꺼리는 듯 보였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연구자들이 “미국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를 한 것으로 고발돼, 법원으로부터 ‘위안부’, 강제동원, 그리고 독도가 포함된 메일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백태웅 소장의 말을 따르면 이러한 압박은 비단 학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UN인권위 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학계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번 AAS 컨퍼런스에 ‘위안부’와 강제동원 관련 패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 소장이 한 패널에서 국제인권법의 시각에서 일본의 ‘위안부’와 강제동원 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발표(The Victims of Crimes against Humanity and the 1965 Settlement Agreement between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를 한 것이 전부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학계 내적으로는 램지어의 논의에 대해 역사학적 시각에서의 비판뿐 아니라 게임이론 자체의 내적인 비판이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28일 월요일은 귀국을 위해 PCR 검사를 받고 이승만기념관을 방문했다. 관리인은 없었고 기념관과 교회 내부는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에서 6.25 전쟁 때까지 전장을 누빈 미주리호박물관을 찾아 관람했다. 일본의 항복 서명이 진행된 전함 위에 서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오후에는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를 방문해서 백태웅 소장과 관련자들을 만나 연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힘든 일정을 소화해주신 참가자 분들과 공무여행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재단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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