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현이 소위 ‘죽도의 날’을 조례로 제정한 것은 2005년 3월. 조례 제정 이후 문부성 검정 교과서, 방위성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표기하며 독도에 대한 국제 홍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봐도, 현행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 ‘한국이 죽도 점거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한일 양국 간 견해 차이는 항상 극명하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와 대응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다.
‘제15회 죽도의 날’ 기념식전
◆ 제15회 ‘죽도의 날’ 행사
2020년 2월 22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일본 시마네현 현민회관 중(中) 홀에서 소위 ‘죽도의 날’ 행사가 열렸다. 주최 측과 국회의원 등 초청 인사 400명, 그리고 일반인 100명이 참가한 행사로 1부 기념식전과 2부 심포지엄으로 나뉘어 개최되었다. 현청 내 ‘죽도 자료실’에서는 현 내 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죽도 관계 작문 대회’ 수상작을 전시하는 특별 전시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주최 측인 시마네현지사 및 시마네현의회 의장 겸 ‘죽도·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 현민회의’ 회장의 환영사 이후 내빈 축사가 이어졌다. 각각 정부, 일본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국회의원 연맹, 자유민주당·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 및 시마네현 출신 국회의원, 시민단체와 ‘죽도 영토권 확립 오키(隠岐) 기성 동맹’을 대표한 축사였다.
축사의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독도가 ‘역사적·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는 말로 시작하여 ‘죽도의 날 조례’ 제정 이후의 시마네현과 정부 활동의 성과가 언급되었다. 영토담당대신이나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 설치, 영토·주권전시관 개관과 2020년의 확대 재개관 등의 성과다. 독도 관련 연구·조사 협력자에 대한 감사장 수여와 ‘죽도 영토권 확립 시마네현의원 연맹’ 의장에 의한 특별 결의문 낭독이 그 뒤를 이었다.
「죽도의 날 조례 제정 15주년을 맞아」라는 주제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다쿠쇼쿠대학 교수가 사회로,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중의원 의원, 도요타 킨고(豊田欣吾) 내각관방 심의관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자의 질문과 패널 발표는 주로 독도와 관련한 정부의 활동 제고와 향후 발전 방향에 따라 진행되었다. 앞서 내빈 축사에서 언급한 ‘성과’ 중에서도 특히 영토·주권전시관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영토·주권전시관은 재개관 1개월 만에 7,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하며, 앞으로 이곳을 통한 관련 교육·홍보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죽도(竹島)’ 홍보 전단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 현민에서 국민 행사로
2005년 3월 17일, 시마네현 2월 정례의회 최종일에 2월 22일을 ‘죽도의 날’로 정하는 의원 제안 조례(「‘죽도의 날’을 정하는 조례」)가 시마네현의회 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2006년 2월 22일에 제1회 ‘죽도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고, 이후 매년 거의 같은 날짜에 ‘죽도의 날’ 행사를 개최하여 올해 제15회 행사가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제1회 행사 이래로 ‘죽도의 날’ 행사의 외적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매년 같은 규모, 진행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내적 형태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기억하기로는 제1회 ‘죽도의 날’에 참가한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점점 바뀌어 다수의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이 내빈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총리대신의 참여도 요청되었던 것 같다. 심포지엄 도중 패널로 참석한 정부 인사에 대해 방청객으로부터 “왜 총리가 참석하지 않았는가”라는 항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패널 측은 앞으로 그런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즉, ‘죽도의 날’ 행사는 내각관방에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설치되고 영토·주권전시관이 개관되는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앞으로 시마네현이 중앙 정부와 연계하여 더욱 큰 성과를 내면 총리도 참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제1회 ‘죽도의 날’ 행사는 중앙 정부와 주변 지역의 무관심 또는 일부 비난 속에 개최되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죽도의 날’ 행사는 이제 시마네현 현민 행사에서 일본 국민의 행사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곧 그 길목을 다 빠져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본 영토주권전시관에 전시된 강치 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