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서 함께하다>
1992년 1월에 시작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2020년 3월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피해자(당시 67세)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는 처음 공개 증언을 했다. 1992년 1월 8일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시위가 처음 열린 이래 28년간 1,430회를 이어가고 있다. 동일 주제로 열린 세계 최장 기간의 시위다. 이 시위를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 이어가야 하는가. 1,000회 시위까지는 피해자들이 단 한 번도 시위를 거르지 않았으나, 세월이 흐르며 노환으로 세상을 뜨는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00회 시위 현장에는 길원옥 할머니만이 피해자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신고자 240명 중 생존자는 19명뿐이지만 ‘위안부’에 가해진 만행이 여성의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폭력이었음을 인식하게 된 사람들은 많아졌다. 수요시위는 전시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참상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국제적 연대 활동을 통해 세계적 운동으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다시 근본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2015년 12월 한일 합의 이후 일본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위안부’ 강제동원과 ‘성노예’ 사실을 부정해 왔다. 2019년 한일 양국에서 화제가 된 책 『반일종족주의』는 ‘일본군‘위안부’ 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역사 왜곡에 가담하는 친일 서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국내에서만 10만 부가 판매되었고, 일본에서는 40만 부 이상 팔렸다.
일본에서도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혐한 감정을 일으키는 대표적 주제가 되어 버렸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해묵은 과거가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피해자가 단 한 명도 남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문제의 진실을 미래세대에 올바르게 전달할 책임을 진다.
<독자, 역사적 사실과 직접 마주하고 실태를 판단하다>
일본군‘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며 배상 문제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는 나지만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는 만만치 않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거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정과 사죄의 중요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 몇이나 될까?
이 책은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실을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정리하였기 때문에, 독자가 ‘위안부’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군과 일본정부가 남긴 다수의 공문서와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독자 스스로 역사적 사실과 직접 마주하고 그 실태를 판단하도록 했다.
2019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남산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피해 생존자 이용수가 동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코리아넷(김순주 기자)
<역사적 사실부터 한일 외교, 국제사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정리하다>
제1장에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다뤘다. 피해자의 용기와, 문제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피해자의 증언은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료가 말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을 말한다.
제2장에서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일본군‘위안부’ 제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일본군과 정부가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도구로 여성의 성(性)을 이용했다는 데 있다. 그들이 만든 문서를 근거로 ‘위안부’가 어떻게 동원되었고, 어떤 불법이 자행되고 묵인되었는지를 밝혔다. 이는 곧 일본군과 일본정부가 조직적 범죄의 공범이었음을 입증한다.
제3장에서는 외교적 협상을 통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의 한계를 다뤘다. 이 책은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그동안 인정해온 역사적 사실마저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퇴행적 행태와 역사수정주의적 발언을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는 UN의 일본군‘위안부’ 관련 보고서와 각국의 결의안을 번역하여 실었다. 보편적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왜 국제사회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무력 분쟁하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성노예 제도에 의한 희생’으로 인식하는지, 왜 각국 의회는 일본 정부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인지를 다루었다. 또한, ‘위안부’ 제도의 본질을 희석하며 국제사회의 결의에 반격하는 일본 우익의 인식 문제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민족주의적 갈등이 아니라 휴머니즘의 문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민족주의적 갈등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권리 문제이며 휴머니즘의 문제다. 인권은 한일 양국이 대결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 우익은 일본군‘위안부’가 강제동원되지 않았고, 그저 ‘매춘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의 인식마저 바꾸려 한다. ‘위안부’를 반일 민족주의로, 반일의 상징으로 치부하려 한다.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은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한다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
<일본군 위안소 분포>
증언과 공문서 등으로 확인한 각 지역의 성노예 피해 위치 지도.
ⓒ동북아역사재단, W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