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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대한민국 동해바다 끝, 울릉도·독도를 가다 "나는 대한민국 독도지킴이, 독도 전시해설사입니다"
  • 정은정 교육홍보실 교육연수팀장

관음도



지난 117일부터 10일까지 제1기 동북아역사재단 독도 전시해설 교육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 현장 답사를 다녀왔다. 재단은 교육부 산하 독도전시관 전시해설 업무 담당자의 역량 강화와 독도 전시해설사 양성을 목적으로 2019년부터 독도 전시해설 교육과정을 추진했다. 답사에 앞서 5주간(8.20.~9.17.) 30시간 이론 과정을 진행했고, 수료자를 대상으로 울릉도독도 현장 답사가 기획됐다.

     


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일정 연기

그리고 독도 인근 안타까운 사고 소식

당초 1012일로 예정되었던 답사 일정은 19호 태풍 하기비스의 발생으로 한 달 뒤로 연기되었다. 11월을 기다리고 있던 중 1031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답사를 하루 앞둔 6일에는 다음날 출항하는 배가 새벽 5, 6시로 앞당겨졌다 해서 그날 밤 부랴부랴 짐을 싸고 묵호로, 포항으로 집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35일의 울릉도·독도 답사 일정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동해바다의 큰 섬, 울릉도

울릉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잠을 청하고, 오전 8시를 넘길 때쯤 답사단은 울릉도에 도착했다. 괭이갈매기 떼의 마중은 없었지만, 동해 바다 내음과 시원하고 깨끗한 울릉도의 공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본격적인 답사 첫날 일정은 2019년에 개통된 울릉도 일주 도로를 따라 석포에 있는 안용복기념과,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미 이론 교육을 통해 접했던 곳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기념관을 둘러보는 건 감동의 깊이가 달랐다. 다음은 러일전쟁 유적지와 석포전망대를 향했는데 이곳은 1905년 일본 해군이 러일전쟁을 위하여 망루를 설치한 곳으로 가파른 길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가서야 닿을 수 있었다. 해방 이후 대포는 사라지고, 현재는 막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건물 기초만 남아 있다. 다음은 울릉도의 가장 넓은 평지인 나리분지로 이동해 이곳에 남아 있는 너와집과 투막집을 둘러보았다. 일정을 아침때쯤 기상이 악화되어 예정된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대한민국 동해 바다의 막내 섬, 독도를 마주하다

답사 이틀째는 독도와 독도박물관 일대를 답사했다. 계속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에 독도 접안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기대를 품고 오전 820분 독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그리고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달린 탓에 3시간 만에 독도 입도에 성공, 우리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독도와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독도 답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독도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과 최근 불의의 사고로 실종된 분들을 하루빨리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위문품을 독도경비대에 전달한 후 독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모형으로만 접했던 독도 주변의 바위와 시설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느끼는 감동과 신비로움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것이었다. 30여 분의 짧은 체류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독도 입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오후에는 독도박물관을 방문해 전시해설을 듣고, 독도전망대에 올라 독도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울릉도 주변을 조망했다. 도동항으로 내려오는 길에 안용복장군충혼비와 유치환 시인의 시비 등을 답사한 후 2일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독도

     


길을 따라 걸으며 배우는 울릉도독도의 역사

3일차는 많이 걸어야 하는 일정이었다. 오전 8시에 학포마을로 이동해 1882년 검찰사 이규원이 고종 임금의 명을 받고 울릉도 개척 가능성과 일본인들의 불법 입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어 새긴 임오명 각석문을 둘러보았다. 이규원 검찰사가 당시에 걸었던 옛길을 따라 태하마을로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가파른 옛길을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이어 2017년에 개관한 수토역사전시관과 과거 울릉도 주민 쇄환과 관련된 슬픈 전설이 담겨 있는 성하신당(울릉도 사람들은 지금도 배를 새로 만들면 이곳에서 와서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을 들렀다. 태하리 대풍감(해발고도 171m)은 과거 수토관들이 육지로 돌아갈 배를 기다렸다는 곳인데, 이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울릉도 주변 절경도 감상했다. 러일전쟁 시기 서쪽 망루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태하등대에 들러 태하황토굴을 답사했는데 조선시대 울릉도 수토관들은 울릉도를 다녀온 증거로 이곳의 황토와 향나무를 바쳤다고 한다. 오후에는 통일신라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총 양식의 무덤 약 10여 기가 남아 있는 현포 고분군을 답사하고, 관음도(깍개섬)를 탐방했다. 이곳은 현재 본섬과 연결된 다리가 있고, 과거에는 사람이 살았으나 지금은 살고 있지 않다. 섬 안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울릉도 주변의 죽도와 내수전 해안, 삼선암, 주상절리 등을 조망할 수 있었다.

     

죽도 그리고 다시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향하다

일정 내내 궂은 날씨 때문에 수시로 다음 일정을 점검해야 했는데, 죽도(대섬)로 향하는 배는 비정기 유람선이어서 일정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일행의 예정된 일정도 유람선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어 답사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선사(船社)의 배려로 우리 일행은 무사히 죽도 탐방에 나설 수 있었다. 섬의 이름처럼 죽도에는 정말 대나무가 많았고, 너른 평지에 심어진 죽도 특산품인 더덕 또한 볼 수 있었다. 전날 탐방했던 관음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유일하게 거주하고 있는 김유곤 씨 가족도 만났다. 파도로 인해 돌아가는 배는 예정된 시간보다 30여 분을 당겨 출항했고, 도동항이 아닌 저동항으로 입항하며 모든 일정이 끝났다. 묵호와 포항으로 돌아가는 배도 지연되고, 출항하는 항구가 바뀌어 대이동을 하는 등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일정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예정된 일정을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없이 의미 있고, 유익한 답사가 되었다. 특히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답사단이 서로를 배려했다는 것, 모두 하는 일은 다르지만 독도로 하나가 되어 누구 하나 게으른 사람 없이 매 순간 배움의 자세로 전 일정에 참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2020년에 제2기로 진행될 교육과정은 올해의 시행착오를 잘 보완해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준비해야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