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뜻깊은 해를 맞이하면서 오늘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21세기 현시점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일제 식민지배하의 침략전쟁에 강제동원된 반인도적 범죄 피해자들의 눈물을 진정으로 닦아드리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한 전제에서 우리 정부가 2018년 73주년 광복절에 앞서,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8월 14일을 국가기림일로 제정함으로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국가의 책무로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2005년 UN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피해자권리 기본원칙’ 상 피해자 중심주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이 역사정의의 과제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오늘날 동북아 최대 역사 갈등이자 국제사회 최대 인권 현안으로서 진정한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역사정의의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10년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2015년 한일협정 50년’의 역사적 시점에서 ‘1910년 식민지배합법론’과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의 프레임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오고 있다.
이에 일제의 식민지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라는 중첩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의 구제라는 역사정의의 과제를 모색해나가는 과정에서 2011년 한국 헌법재판소와 2012년 한국 대법원은 일본이 거부해온 역사적 진실과 국제인권법적 정의에 입각한 판결로 화답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훼손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국가의 작위의무는 헌법상의 의무”이며,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비롯하여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판결을 통해 일제 식민지책임의 전면적 확인에서, 나아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의 보장을 통한 적극적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역사정의를 향한 판결을 내렸다.
이 책은 역사정의의 과제로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학제적으로 조명한 첫 번째 학술연구서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역사수정정책’이라는 대주제 아래 ‘제1부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일본 정부의 정책’, ‘제2부 일본 정부의 역사수정주의와 국제사회의 대응’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제1부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일본 정부의 정책을 주제로 총 4편의 글을 수록했다. 제1장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실태와 식민지성’에서 정진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이후 3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국제사회 여성인권침해에 관한 상징적인 주제가 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특수성으로서의 식민지성 문제를 제기한다.
제2장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 주체’에서 자오위제(趙玉潔) 중국 지린성 당안관 연구원은 지린성 당안관 소장자료를 포함하여 일본군 관련 사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수많은 증언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이라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의 주체였음을 규명한다.
제3장 ‘만주 지역 일본군 위안소와 조선인 ‘위안부’ 피해 실태’에서 박정애 재단 일본군‘위안부’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식민지 조선에서 만주, 곧 중국 동북부 지역으로 강제동원된 피해 여성 97명의 피해 실태와 관련하여 1990년대 이후 한국 정부에 신고된 피해 내용, 남한 또는 북한에서 발간된 증언집과 언론에 드러난 피해 내용을 분석한다.
제4장 ‘일본군‘위안부’ 정책의 국제인권법적 검토’에서 도시환 재단 일본군‘위안부’ 연구센터장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결의안 채택에 맞서, 일본 정부가 2008년 6월 UN 인권이사회 정례검토회의에서 자국에 가장 유리한 정책적 논거로 제시한 ‘고노(河野) 담화를 통한 사과’,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한 보상’, ‘조약을 통한 법적 문제의 해결’ 등의 주장을 국제인권법의 법리에서 검토한다.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역사수정정책
제2부에는 일본 정부의 역사수정주의와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총 4편의 글을 수록했다.
제5장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새로운 역사수정주의’에서 김부자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는 틸 바스티앙의 『아우슈비츠와 <아우슈비츠의 거짓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스가 행한 대량 민족학살을 왜소화하고, 나치스에 관한 기존의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로 인용되는 ‘수정파’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내에서 현저히 대두된 사실을 지적한다.
제6장 ‘고노 담화 수정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남상구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은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기존의 연구 성과와 국제사회 인식을 토대로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제7장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1990년대 한·일 관계’에서 조윤수 재단 일본군‘위안부’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015년 한・일합의’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종결시키고자 했으나 여전히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그 전제에 해당하는 1990년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대응을 분석한다.
제8장 ‘일본군‘위안부’ 제도 시행에 대한 일본 국가의 책임’에서 쑤즈량(蘇智良) 상하이사범대학 교수는 지린성 당안관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한 일본군‘위안부’ 제도 관련 증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첫째 일본군은 보편적으로 ‘위안부’ 제도를 실시했고, 둘째 관둥・화중・화베이 헌병대 등 관련 자료에 따르면 ‘위안소’는 일본군이 직접 운영했으며, 셋째 ‘위안부’로 끌려간 각국 여성들은 성노예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인권과 역사정의를 통한 평화공동체 구축
이 책은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합법론’과 ‘한일협정완결론’을 전제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역사수정정책이 아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소망하고, 국제사회가 인권과 정의와 평화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정립해온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진정한 역사정의의 책무를 촉구한다. 이 책의 출간이 그러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