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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독도 이야기
독도에서 만날 수 있는 봄 식물
  • 박재홍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 소장) / 이 웅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 연구원)

울릉도와 독도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울렁거리는 바다 위에서 몇 시간을 보낸 뒤 이곳을 찾는다.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성인봉(984m)을 올라보는 성취감, 울릉도 특산품(호박엿, 오징어, 홍합밥 등)을 맛보는 기대감,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도를 꼭 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애국심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독도에서 만날 수 있는 봄 식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도에는 현재 65종류(3152)의 식물들이 어울려 자라고 있다. 이 중 나무(목본식물)는 섬괴불나무(특산), 사철나무, 보리밥나무 등 5종류뿐이고 나머지 60종류는 풀(초본식물)이다. 독도의 지형은 경사가 매우 급한 원뿔모양이고 해안절벽이 발달되어 있으며, 뿌리를 길게 뻗을 토양이 적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나무들이 쉽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바닷바람에 섞인 염분은 식물들의 생존에 혹독한 환경이 된다.

울릉도는 한반도에서 동쪽으로 130km 떨어져 있고,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독도에 가까워지면 동도와 서도로 불리는 커다란 바위산 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괭이갈매기가 하늘을 날며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11~3월까지는 북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높은 파도 때문에 독도로의 접근이 힘들지만, 4월 따뜻한 봄이 오면 파도가 잠잠해지면서 독도의 봄 식물들이 하나둘 꽃을 피운다.

 

개척자 식물땅채송화와 유입식물

땅채송화

5월에 동도 선착장에 내려 하나뿐인 통행로를 통해 동도를 올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바위틈에 붙어 있는 땅채송화를 볼 수 있다. 돌나물과에 속하는 땅채송화는 건조한 환경에 강하고 해안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정착할 수 있는 식물이다. 때문에 스스로 거름이 되어 토양에 양분을 공급함으로써 다른 식물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독도의 개척자 식물로 여겨진다. 4~7월까지 노란색 꽃을 피우고, 동도와 서도의 바위 위와 급경사면의 척박한 곳에서 줄기를 옆으로 뻗고 다시 뿌리를 내리는 번식 과정을 통해 큰 덩어리를 이루어 살아간다.

땅채송화가 자라는 암벽을 지나면 흙이 쌓여 있는 경사지에서 십자화과의 갯장대를 만날 수 있다. 갯장대는 4~6월까지 흰색 꽃을 피우고 동도와 서도의 암벽 바위틈이나 경사지에서 자라는데, 한반도와 울릉도 해안지대에서 관찰되는 식물이다. 가파른 암벽에 나무로 만든 통행로와 계단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으로 독도경비대와 등대, 태양열 발전시설, 정화시설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갈색과 녹색 바탕에 노란색으로 예쁘게 그려진 그림이 펼쳐진다.

독도에서 4~6월까지 노란색 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이다. 갓은 2006년 이후 관찰되기 시작하여 동도 곳곳에 번지고 있는데 앞으로 독도 육상생태계에서 더 번성할 지 쇠퇴할 지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되는 유입식물이다. 독도의 유입식물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독도 육상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국특산식물 섬괴불나무와 해안식물 갯괴불주머니

섬괴불나무 

통행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눈길을 보내면 우리에게 익숙한 봄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민들레’, ‘방가지똥’, ‘큰방가지똥등 친척관계라 할 수 있는 이 3종은 4~10월까지 수시로 노란색 꽃을 피우며 바람이 불 때마다 솜털이 달린 종자를 독도 곳곳에 날려 보낸다. 아마도 이들은 오래 전 처음으로 독도에 도착하였을 때에도 바람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독도경비대 막사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연분홍색 꽃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이 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술패랭이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패랭이꽃에 비해 꽃잎 끝이 실처럼 갈라지는 더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도의 물골 부근에 몇 개체 그리고 대부분은 동도의 독도경비대와 등대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

독도경비대 막사 주변은 독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와 식물이 살기에 적합한 토양이 갖춰져 가장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중 인동과(忍冬科)에 속하는 섬괴불나무는 4~6월까지 흰색 꽃을 피우는데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최근 식재 사업을 통해 정화시설 주변 경사지에 많은 수의 개체가 심어졌으며, 현재까지 독도에 잘 정착하고 있다.

 

독도경비대를 지나 왼쪽으로 천장굴을 바라보며 동도의 한반도지형으로 향하면 그곳에 현호색과에 속하는 갯괴불주머니가 있다. 갯괴불주머니는 4~6월까지 노란색 꽃을 피우고 한반도 지형을 비롯하여 서도의 물골 지역 등 토양과 수분 확보가 가능한 곳에서 자란다. 한반도 지형은 서도의 물골 지역과 함께 바다제비 서식지가 넓게 분포하기 때문에 식물 조사 시 함부로 다닐 수가 없다. 바다제비가 파놓은 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도의 물골 지역은 동도 선착장에서 고무보트를 타거나 서도의 어민 숙소에서 가파른 계단과 위험한 길을 걸어 접근이 가능하며, 물골은 독도에서 가장 많은 식물들이 관찰되는 중요한 지역으로 풍부한 토양과 수분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만 관찰되는 백합과의 큰두루미꽃5~7월까지 흰색 꽃을 피운다.

 

독도는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등의 번식지라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336독도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다. 봄이 되면 괭이갈매기들이 독도 전역에서 둥우리를 만들고 새끼를 키울 준비를 한다. 시간이 흘러 독도의 여름, 가을 식물들이 꽃을 피우면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가 새끼들을 키운다고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야말로 복잡하고 따뜻한 감동이 있는, 살아있는 독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