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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대외협력실 벨페스트 유로클리오(Belfast EUROCLIO) 참관기
  • 글  박정애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

이현주 사무총장님을 모시고 3월 18일 오후에 인천공항을 출발, 런던에 도착해서 하루를 묵고 아침 일찍 벨페스트로 향했다. 벨페스트는 영국(United Kingdom)에 속한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서울에 익숙한 내 눈에 비친 벨페스트는 작고 아담한 도시에 불과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즈음 상공에서 바라보니 똑같은 벽돌로 지어진 비슷한 크기의 집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공화주의 전통이 꽤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사무총장님과 3시간 가량 거리를 돌아보았다. 도시나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찬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나은 역사 교육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노력

오후 5시경 퀸즈대학(Queen’s University)에서 개최되는 유로클리오 학회에 도착했다. 개회사에 이어서 역사교육과 관련된 발표를 듣는 동안 중첩된 역사적 논쟁들을 겪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난 역사 교육을 반성하면서 더 나은 역사 교육의 미래를 개척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는 191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일어난 부활절 봉기(Easter Rising)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입장을 가졌던 사람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전시회도 열렸다. 갈등의 역사에 함몰되지 않고 역사를 반성하려는 위와 같은 태도는 유로클리오 학회 내내 지속되었다.

3월 20일에는 전날 밤에 도착한 리오토(M. Riotto) 교수님과 박범희, 윤세병, 조병서 세 분의 한국 역사교사들을 모시고 학회에 참석하였고, 저녁에는 사무총장님 주최 만찬을 함께 하면서 다음날 있을 발표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리오토 교수님은 한국어를 한국 사람처럼 잘 하시는 분이었고, 유럽에서의 역사 교육 방법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 중에서 특히 유럽에서는 이미 국사 과목이 없어지고 지역사 위주로 가르친다는 점과 비교사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3월 21일 리오토 교수님의 사회로 세 분의 역사교사들이 발표하는 워크숍(Historical Conflicts and Reconciliation in East Asia)이 시작되었다. 발표가 시작될 즈음에는 아담한 교실이 꽉 찼다. 사무총장님은 환영사에서 역사교사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지원하고자 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동기를 밝히고, 동북아시아에서 역사 논쟁이 잘 풀리지 않는 원인에 대해 몇 가지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열린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피력함으로써 참석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조병서 교사로부터 시작해서 박범희, 윤세병 교사의 발표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한국 역사교사들의 발표에 관심을 기울였고, 특히 역사교육방법론에 대한 질문과 코멘트를 많이 주셨다. 유럽위원회(Council of Europe) 역사교육분과 밀코(Tatiana Minkina-Milko) 위원장은 동아시아의 유사성(commonality)을 가르치는 데 서구인들의 여행기를 활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해주었다.

 

대외협력실갈등의 역사를 벗어나 화합과 협력의 길을 가는 EU

전체적으로 유로클리오 학회는 잘 준비된 학회였다. 계획부터 시작해서 2년 여에 걸쳐 준비를 하였다고 들었다. 매일 아침 8시 반부터 시작해 평균 저녁 8시까지 진행될 정도로 많은 주제의 워크숍과 발표들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적절하게 역사기행과 만찬을 섞어 학회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었다. 유렵연합은 갈등의 역사를 벗어나 화합과 협력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 방법론의 하나로 다양한 관점을 중첩시키면서 각국 정부와 EU가 민족사에 갇힌 시각을 넘어선 역사교육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역사교육과 시민교육이 만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7월, 4박 5일 일정으로 유로클리오 회원을 한국에 초청해서 한국의 고등학생과 역사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의와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초청을 통해서 유럽의 역사교사와 한국의 역사교사가 역사적 논쟁을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는 역사교육 방식에 대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