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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한국과 중국은 왜, 문화로 충돌할까? 문화소유권 논쟁,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 김인희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중국은 왜, 한국문화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주장할까?  


2021년 말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날라 온 중국 파오차이가 김치의 국제표준이 되었다는 소식에 흥분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 관련 이슈들이 한중 간 갈등 요인으로 등장하였다. 특히, 김치, 한복과 같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들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논란의 핵심은 중국이 김치, 한복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으니 중국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중국은 몽골, 베트남,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왜, 똑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일까? 이들 국가들도 중국과 오랜 교류가 있었으니 당연히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문화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혹,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함께 할 연구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연구팀을 꾸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강릉단오제 사건이나 한류 등에 대한 개별적인 논문은 있으나 한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문화충돌에 대해 총체적으로 분석한 글은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양국의 문화충돌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찾아 읽었다. 다행히 자료가 많지 않아 빠른 시간 내에 읽어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문화공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 제국주의, 중국 민족주의, 강릉 단오제 사건, 반한류, 시진핑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전체적인 연구방향을 정한 후에 연구자들의 성과물을 중심으로 도움이 될 만한 필자들을 선정하였다. 그런데 논문이나 서적에 있는 정보만으로 필자의 연락처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퇴직을 하신 분도 있고, 이직을 하신 분도 있었다. 지인 찬스, 출판사 전화하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필자들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하려니 여러 가지로 긴장이 되었다. 전화를 반갑게 받아주실까? , 무례하다고 핀잔을 듣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모든 분들이 흔쾌히 응해 주셨고, 우리 팀은 20219<한중 문화충돌의 원인과 해결 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문화의 시대, 한중 문화충돌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문화의 시대, 한중 문화충돌 표지

 

중국은 왜, 한국을 문화로 공격할까?


한중 간의 문화충돌 원인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이 국가 이념에 반하는 서구의 사상이나 종교가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문화를 공격하거나 차단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서구의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의 확산은 사회주의 이념이 훼손되고 공산당의 집권정당성이 약화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2004년 단오 논쟁 당시 중국 언론은 한국 단오제를 서양의 명절(洋節)’이라고 하거나 한국문화(특히 K-POP)를 서양문화와 동일시하였다. 이는 한류를 서구 문화 제국주의의 일부로 인식했음을 말한다. 단오 논쟁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통문화의 소유권 논쟁이었지만 사실은 서구 가치관의 유입을 차단하고 한류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진핑 정부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어 문화쇄국을 실시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 노골화되었으며, 한한령도 여전히 유지중이다.

둘째, 중국 정부가 자국 문화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문화를 공격하거나 차단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한류를 필두로 한 글로벌 경쟁체계 속에서 자국 문화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보호·육성하기 위해 한류에 대한 제재를 가해왔다. 한류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한 것은2005<대장금>이 중국에서 방영되면서 부터로 이 시기는 한창 단오논쟁이 치열한 시기이기도 하다. 단오 논쟁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방식으로 한류를 저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부는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로 무장시켜 외국 문화와 문화상품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애국주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20221월 프랑스 브랜드 디올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디올 가방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는 여성 모델의 모습을 실었다. 중국 애국자들은 찢어진 눈못생긴 얼굴이 중국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중국 사진작가는 인종적 고정관념을 가졌던 나의 미성숙함과 무지에 대해 사과한다. 중국인의 (분노하는) 감정을 존중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애국주의로 외국 상품의 중국 진입을 차단한 예라 할 수 있다.

셋째, 미중 간의 패권경쟁에서 한반도에 대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진핑 정부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조선 시대 관복이 명나라에서 하사란 것이니 한복은 중국옷이라 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이 고대 중국의 번속국이었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역사가 이에이치 카(E. H. Carr)우리가 어딘가로부터 왔다는 믿음은 우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중국의 한중관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보면 양국이 미래 한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한중 간의 문화충돌을 단순한 전통문화 소유권 논쟁으로 인식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는 글로벌화에 따른 문명과 가치의 충돌이며, 문화산업 경쟁이고, 한중 간의 역사논쟁이다. 따라서 이후 한중 간의 문화충돌의 실제적인 원인과 대응 방안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다.

 


중국인을 비하하였다며 비난의 대상이 된 디올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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