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외교청서 등을 통해 '독도가 일본 땅' 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역사재단에서 1952년부터 2010년까지 추출된 538건의 한·일 간'독도 이벤트'사례를 통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도발 패턴 등을 분석하고 우리의 새로운 독도영유권 논리를 보강하는 학술적인 토대를 마련한 서적을 출간했다. 이번 호에서는 『독도이슈 60년과 한국의 영토주권 : 독도 이벤트데이터(1952~2010년)』 를 집필한 배진수 수석연구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_ 이윤정
『독도이슈 60년과 한국의 영토주권 : 독도 이벤트데이터(1952~2010년)』 의 집필 동기는?
독도가 이슈화 된지 벌써 60년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일본이 계속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혹시 우리의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민족적 정서가 개입되기 쉬운 영토와 역사 갈등일수록 보편적 기준과 가치에 의거한 국제사회의 바른 인식과 지지가 필수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실증적 자료와 합리적 논리를 중시하는 국제사회의 학문 풍토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도록 우리의 자료와 논리를 실증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게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수다. 새로운 독도영유권 논리 보강과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료의 발굴과 더불어 기존 자료의 집대성을 통한 새로운 분석기법의 적용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세계 학계에서 활용되어 온'이벤트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해 1952년부터 2010년까지, 총 500여 건의 이벤트 추출을 통해'독도 이벤트데이터'구축을 시도해 보았다.
이벤트데이터 분석기법이 독도 이슈와 관련해서는 최초로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이벤트데이터 분석기법이란 무엇인가?
'이벤트(Event)' 란 "특정 시점에 한 행위자가 다른 상대자 에게 취한 모종의 행위" 를 의미하고', 이벤트데이터(Event-Data)'란 "각 이벤트를 일시-행위자-상대자-행위유형 등 특정 사항별로 범주화된 분류기준에 의거 코딩(coding)해서 숫자화 시킨 사건자료" 를 말한다. 결국 '이벤트데이터(Event-Data) 분석' 이란 국가 간 일련의 갈등-협력 상호작용을 이슈별, 행위유형별 등에 따라 시계열적 또는 관련 상황변수별 패턴을 파악하여 향후 유사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 가능한 전개 양상을 예측하고 유용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분석기법을 말한다. 주로 사회과학분야에서 이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 분석기법을 어떻게 독도 이슈에 활용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 몇 년 지난 1994년에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했고, 당시 국내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긴장 수위가 점점 고조되는지 아니면 더 개선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 때 아마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벤트데이터 분석기법을 통해 남북한 긴장-우호 관계의 변화를 그래프로 제시한 『한반도 긴장기류 측정』 이라는 연구결과를 국내에 소개했었다. 마찬가지로 한일 간 독도 이슈와 관련해서도 수십여 년 간 상호 행위가 이루어져 왔는데, 과연 일본의 독도영유권 도발이 그동안 계속해서 고조되어 온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수위의 일본 도발이 간헐적으로 반복만 되는 추세인지 실증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적용해보았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전략적, 체계적 대응을 위해서도 수십여 년 간의 한일 간 대응 패턴을 여러 유형별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해 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도 이벤트데이터를 구축하기까지의 준비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지역의 여러 이슈와 관련된 수많은 이벤트데이터들이 구축되어 왔지만, 이번 작업처럼 2개의 국가 간에'독도'라는 한 가지 이슈만을 대상으로 구축된 샘플은 없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장 적합한 '데이터 구축의 분석틀' 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행히 500여건의 이벤트가 추출될 수 있어서 기본적인 골격은 만들어진 것 같다. 독도 관련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공개된 자료들 중에서 추출하고자 했고 대부분의 이벤트데이터 경우처럼 신문 기사자료에 우선적으로 의존했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의 '언론기사' 사이트, 한국해양연구원 독도종합정보시스템의 '언론보도' 사이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종합검색(KINDS) 사이트와 기타 언론매체기사 DB 등을 활용했다. 또한, 언론 기사 자료의 미비한 부분들은 가능한 대로 한국과 일본의 '외교문서 공개제도' 를 통해 공개된 외교문서 자료들, 일본 국회회의록 자료, 기존 연구결과 등을 부분적으로 참조하는 식으로 보완했다.
독도 이벤트데이터를 연도별, 행위목적별, 행위자별, 행위유형별, 이슈별로 분석했는데, 그 중 주목해야 할 분석 결과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먼저 한일 간 독도 이벤트의 연도별 추이를 간략히 요약하면, 1950년대 초반에 독도 이벤트 발생 건수가 처음으로 급증했다가 이후 40여 년의 비교적 소강상태를 거쳐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한일 간 독도 관련 이벤트가 다시 급증되면서 그 이후로는 독도 이벤트 건수가 계속해서 상승기류 추세에 있다. 다음으로 '일본의 독도 도발행위' 와 '한국의 영토주권 행사' 사례를 '5년 단위 기간' 별로 추이를 비교해 보면, 흥미롭게도 1990년대부터는 그 이전까지의 추세와는 달리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행사 빈도수가 일본의 독도 도발 빈도수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2000년대 후반으로 올수록 더욱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1990년대 후반부터의 독도 이벤트 급증 추이가 일본의 독도도발 고조 추세와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영토주권 행사 또는 실효지배 강화 추세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 행사의 (관할권)영역별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이는'입법'관할권 행사(13.6%)를 비롯하여 '국방' (11.3%), '해양' (11.3%), '건설' (10.2%),'정치·선거' (8.5%), '정보통신' (7.9%), '교육' (5.1%)…'외교' (3.4%)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그간 한국이 독도 영토주권을 실제적으로 행사해 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국민들이 우리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느꼈던 체감지수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인가?
일본의 독도영유권 도발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략적 차원에서 최선의 대응을 해 오고 있지만, 국민들은 거의 매번 소극적으로 보이는 정부의 대응에 실망을 표출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의 영토주권 행사 사례들을 데이터로 정리해 보면, 그간 한국 정부가 입법관할권을 비롯하여 국방·치안, 정치·외교, 공공행정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독도 영토주권을 행사해 왔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영토주권행사를 해 온 광범위한 사례를 보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아마 이 자료를 국민들이 보게 된다면 정부가 나름대로 실속 있게 주권행사를 해왔다는 사실을 한 눈에 보이는 도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실증적인 자료들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행위유형별 독도 이벤트 현황을 보면 일본은 홍보물 등으로 도발을 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한국은 행정법규 조치 비율이 높다. 이렇게 이벤트데이터를 살펴보면 여러 부문에서 한일 간의 차이가 한눈에 보이는데, 여기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
이러한 경향은 독도를 실제 실효지배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주로 구두 망언이나 구상서에 의한 항의, 교과서와 방위백서 또는 외교청서 등 자국의 발간물을 통한 독도영유권 기술, 불법적인 영해침범 행위 또는 독도 상륙 시도 등에 의존함으로써 일본이 실제적으로 독도를 실효지배 하고 있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도발을 그냥 단순하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도발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도 유심히 분석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이 단순히 국내 지지율을 높이는 차원 등 일시적 목적에서 도발을 하고 이슈를 만들고 있다면 그 차원에서 대응해주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제공론화를 시키고 언젠가는 국제사법기구에까지 끌고 가기 위해 단계적인 포석의 일환에서 벌이는 도발이라면 그에 따른 만약의 경우에도 치밀한 대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본의 저의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려면 도발의 패턴도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책의 맺음말 '독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에서 분야를 나누어독도를 지키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 중 국제사회에 대한 전략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달라.
1997년부터 독도문제를 주제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도대체 이 독도 이슈가 언제까지 이렇게 갈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국제분쟁론을 전공한 만큼 전 세계에 존재하는 이런 종류의 국가 간 다툼 사례들을 모두 살펴보며 비교했다. 우리는 독도 문제로 전쟁을 일으킬 것도 아니고, 국제재판에 회부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이 바라는 대로 독도문제가 국제공론화가 되면 1970년대 터키-그리스간 에게해 도서분쟁사례처럼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를 초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G20 정상회의 개최까지 한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장기적 전략인 독도의 국제분쟁지역화 의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되며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또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일본에 맞서 국제사회의 바른인식 제고에도 유념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일본의 주장에 익숙해져 시기를 놓치기 전에 일본의 주장이 그르다는 것을, 우리 땅이 맞다는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여 지속적으로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이해시킬 때에는 대상별로 그 나라가 겪어온 유사한 영토분쟁 또는 도서영유권 분쟁 경험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이며 그에 따른 대상 국가별 맞춤형 설명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국가들의 도서분쟁 경험은 우리의 입장과 유사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국가들의 도서분쟁 경험은 일본의 입장과 오히려 더 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홍보자료들을 단순히 세계의 해당 국가 언어들로 다양하게 번역하여 배포하는 것만으로 국제적 바른인식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는데, 국내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저널리스트들은 학술적인 자료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서 전달할 수 있다. 학자들이 부러워하기도 하는 장점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독도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자료가 나왔다면, 그 자료가 정말 새로운 것인지 아닌지, 학자나 자료 생산자의 해석이 제대로 정확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기자들이 걸러주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은 언론에 노출된 것을 보고 이해한다. 따라서 기자들도 일단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이 내놓는 주장을 검증하며,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독도영유 논리의 보강과 개발을 위해 새로운 연구 아젠다를 끊임없이 제시해주는 것이 바로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시도한 만큼 보완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텐데, 독도 이벤트데이터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연구를 계획중인가?
이벤트데이터를 활용한 후속 연구로는, 일본의 독도도발 수위를 수치화 시켜 시계열적으로 그 추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도발지수' (가칭) 개발, 또는 한국의 독도영토주권의 강화 정도를 역시 수치화하여 시계열적으로 그 추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한국의 독도영토주권 수호지수' (가칭) 개발 등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진수(裴珍洙)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국제분쟁론을 전공하여 1991년에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2006년 동북아역사재단 출범시 독도 등 영토·영해연구 전담 '제3연구실' 실장을 역임했다. 실증적 분석기법에 관심과 경험이 많아서 그간 '독도 시나리오', '안보체감지수', '남북한 관계기류 측정', '국제분쟁의 심각성지수', '북한 내구력지수'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드물게 측정지표 개발과 예측평가 관련 분석기법들을 꾸준히 시도해 오고 있다. 이 분야 대표적 저서로는 『세계영토분쟁 DB와 식민침탈 사례』 (2007), 『북한·통일·남북관계 예측: 측정지표 및 예측평가』 (2006), 『세계의 도서분쟁과 독도 시나리오』 (199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