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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도 문제, 실증적인 연구가 답이다"
  • 이윤정 | 사진_ 송호철

지난 3월 30일 오후,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독도 영유권 기술이 크게 강화되고 확대된 이번 결과가 한·일관계에 다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강력한 항의로 유감을 표하며 일본 측의 즉각적인 시정을 요청한 지금, 재단의 독도연구소 이훈 소장을 만나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청해 들었다. _ 편집자 주

이훈 독도연구소장

일본교과서 검정이 통과된 지금, 연구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은데, 실제로 상황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이번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기술 실태를 보면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번째는 독도관련 기술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모두 18종인데, 지리교과서 4종, 공민교과서 7종, 역사교과서 3종에 독도가 일본영토로 기술되거나 표기되었다. 기존 일본 중학교 교과서 가운데 영토 문제를 기술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리와 공민 교과서였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역사교과서에도 독도 관련 내용이 기술되었다. 그것도 "미해결의 영토 문제"로 표현해 주장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두 번째는 일본 정부의 소위 '죽도' 영유권 주장을 그대로 담은 기술이 증대되었다. 일본 고유의 영토인 소위 '죽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식의 일본 정부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과거에는 공민, 후소샤와 같은 우익 출판사에만 실렸지만 이번에 일반 출판사로 확산되었다. 이 교과서에는 영유권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들이 제시됐는데,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기보다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이렇게 교과서가 학문적 성과 대신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반영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독도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많은 역사적 자료들이 나와 있고, 일본의 학자들마저 근거와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2012년 3월에 발표될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다. 고등학교에서의 영토교육은 중학교 학습을 토대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이번 검정결과는 내년 고등학교 검정결과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독도에 관한 기술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이런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면 영토 내셔널리즘을 자극하여 주변국에 대한 배타적 인식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경제 문화적으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21세기 동아시아 세계의 현실에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연구소의 방안은?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는 공립학교의 경우 채택지구의 교육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우익교과서 채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한·일 간 지자체 교류를 통해 우익교과서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방법이 있다. 또한 검정 이전, 집필 단계에서부터 집필자와 교과서 출판사, 편집자와의 교류를 통해 상호이해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교과서에 독도 기술이 있더라도 현장의 교사들이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도록 일본판 부교재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독도 교육이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볼 때 우리나라 외교 통상부 홈페이지가 객관적 자료보다는 주장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객관성을 보강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연구와 사업은?

지금까지 진행된 독도에 관한 한국 측 연구와 관련해서 외부에서는 "한국 측 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본 측 자료에 대한 이해가 부정확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사실 일본의 연구나 논리가 치밀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비약이 있는 부분이 많다. 일본의 이런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려면 일본 자료를 보다 자세히 분석해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 부분에 대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단의 독도연구소는 일본의 중·근세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고문헌 및 고사료를 정확히 해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유일하게, 그것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소는 일본의 독도 관련 옛 문헌의 번역과 새로운 사료 발굴을 통해 설득력 있는 논리 및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기초 발굴 작업 중이며 그 작업이 끝나면 분석을 통해 내년부터 연구 성과를 발표·반영할 계획이다. 내부 자료이기는 하지만 자료집들은 이미 몇 종이 발간되어 있다.

이훈 독도연구소장 인터뷰

독도문제와 관련, 현재 국제사회의 입장, 특히 미국의 입장이 일본 측으로 기울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이 부분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어느 나라나 다른 나라의 영토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편을 가르거나 만드는 일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설득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바로 연구소가 지금 하고 있는 연구 조사, 연구 성과의 축적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독도연구소가 출범한지 올해로 3년째다. 그 동안의 활동성과를 정리한다면?

독도연구소의 업무 영역은 크게 두 가지다. 연구조사와 홍보·교육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는데, 우선 연구조사로는 기초 작업으로 중장기적으로 광범위한 사료조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제국기 정부 측 자료를 비롯해서 일본의 17세기부터 1960년대 한일협정에 이르기까지의 자료, 러시아, 미국 측 독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고지도도 상당수 수집하고 있다. 현재는 이렇게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단계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일본 학계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한일협정 당시의 독도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올해 말부터 연구 성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홍보·교육 업무와 관련해서는 독도 관련 온라인 교원프로그램 개발 운영, 독도지킴이 거점학교, 독도아카데미 등 교육프로그램 운영, 독도 교육 체계안 마련, 독도 부교재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도연구소의 이런 활동은 정부의 인정을 받아 연구소가 독도와 관련된 다수 부처가 참여하는 독도통합홍보협의회의 간사단체로 지정됐고, 독도 관련 각종 표준 지침들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와 같은 활동을 진행하는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독도연구소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연구 성과의 축적이다. 그리고 국민이나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과 홍보를 위한 부교재 같은 것들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성급한 요구를 많이 한다.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이점이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 깜짝 놀랄 만한 성과는 단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료의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널리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훈 독도연구소장

향후 추진 사업 중 역점 사업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에 통할 수 있는 논리나 성과를 축적하려면 결국 독도에 대한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장으로써 《영토해양연구》라는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려고 한다. 창간호는 6월 말쯤에 나올 예정이다. 독도연구소 연구위원들은 물론이고 외부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논문을 의뢰해 독도 관련 연구 발표의 장으로써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해외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알리기 위해 해외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해 영문으로 서적을 간행할 계획이다. 또, 정부의 독도교육 강화에 맞춰 독도부교재를 초등·중등·고등 단계별로 나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센카쿠열도(다오위댜오)와 남쿠릴열도(북방영토) 분쟁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제가 됨에 따라 동아시아에서의 영토 문제가 독도 문제에 주는 함의에 대해서 중국, 대만, 일본 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늘날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독도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어떤 홍보 방안을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지난 3월, 일본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계기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독도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위터'의 여론을 보면 네티즌들 스스로,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도 어떤 방법으로든 독도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에 부응해서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홈페이지 다국어판 구축을 통해 독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앞으로는 블로그나 페이스 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개인에게 이해하기 쉬운 독도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홍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독도 연구, 홍보, 영유권 공고화 사업과 관련해 연구소에서 생각하는 민간단체, 일반 국민들의 역할이 있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분별한 광고나 시정요구는 독도를 전혀 모르던 사람들에게 '아, 이 지역이 문제가 있는 분쟁지역이었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보다는 영토 관련 전문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 연구의 진행과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훈 독도연구소장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쯔쿠바 대학 대학원 역사인류학연구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조선시대 한일관계사로 주로 조선과 일본이 주고받았던 외교문서와 표류민을 중심으로 전근대 조선과 일본의 교류사를 연구해왔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표류민과 한일관계》, 《대마도, 역사를 따라 걷다》, 《독도와 대마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