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보고서
[특집Ⅱ 역사교육과 화해 국제학술회의] "보편적 가치 빠진 연구는 설득력 없다"
  • 장세윤 | 제1연구실 연구위원

지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우리 재단은 독일 브라운슈바이그에서 게오르그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와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이 학술회의는 국내 학계나 언론 등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학술회의라고 할 수 있다.

작년 6월 김용덕 이사장은 유럽출장 중에 독일의 국제교과서연구소를 방문하여 양 기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3년간 학술대회 개최와 각종 교류협력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에 독일 국제교과서연구소가 주선하여 독일 내 한국학 및 일본학, 중국학자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학술회의의 주제는 우리의 제안으로 한ㆍ중ㆍ일 3국의 역사현안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향후 동아시아 3국의 상호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역사교육과 화해-동아시아에 대한 비교의 관점에서(History Education and Reconciliation-comparative perspectives on East Asia)"로 정하였다.

게오르그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직후에 에케르트가 설립한 전통 있는 연구소로서 그가 1974년 사거한 직후인 1975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약칭 GEI). 최근 우리 재단에서 번역 발간한 바 있는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의 출간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이 연구소는 독일과 싸웠던 주변의 여러 나라와 상호이해를 도모하고 세계 여러나라의 교과서 연구를 통해 역사화해를 모색하는 한편, 독일의 과거사를 반성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정기학술지 "International Textbook Research"를 발간하고 있으며, 다양한 학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의 한국측 참가자는 우리 재단에서 이훈 제1실장, 필자와 박경석 연구위원, 정은정 행정원 등 4명이 참가하였다. 외부에서는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신주백 서울대 규장각 연구원, 한운석 고려대 교수(대회 준비위원) 등이 참가하였다. 당초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한국측 위원장인 조광 고려대 교수도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동참하지 못하였다.

한편 외국의 주요 참가자를 보면 일본에서는 다카히로 곤도(나고야대학), 리츠 이츠인(호오세이대학), 쇼스케 무라이(동경대), 아츠코 가와기타(동경대), 이데 히로토(나가사키대학) 교수 등 일본학계의 명망있는 전문가들이 참가하였고, 박정란(나고야대학 박사과정), 나카가와 다카시(대학원생) 등도 참가하여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에서는 한ㆍ중ㆍ일 3국이 공동집필한 공동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집필에도 참여하였던 부핑 중국 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장을 비롯하여 양 비아오(상해 화동사범대), 쉬쉬리(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조선족 학자인 김희덕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 리웨친(화동사범대학) 교수 등 5명이 참가하였다.

미국에서 박순원 교수(죠지 메이슨대)가 큰 관심을 보이며 참가하였고, 독일에서는 시몬느 라식(교과서연구소 소장), 팔크 핑엘(GEI 부소장), 엑크할트 훅스(GEI 연구위원), 요하네스 카우프만(GEI), 볼프강 사이퍼트(하이델부르그대학) 교수, 라인할드 쵤러(본 대학) 교수, 클라우스 메딩(뒤셀도르프대학) 교수 등이 참가하였다. 이외에 클라우디아 슈나이더(독일 박사과정) 등이 참가하였다.

역사갈등 당사자 간 진지한 해법 모색

이 대회에서 한ㆍ중ㆍ일 학자들은 직접적으로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역사교육에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보편타당한 내용을 취할 필요가 있으며, 미래 및 평화지향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 모두가 일치된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무라이 쇼스케 교수의 왜구에 대한 설명, 곤도 다카이로 교수의 전쟁에 참가한 일본인 병사들의 폭력적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설명 등은 근본적 문제를 희석하는 듯 한 내용으로 인식되어 한국과 중국 참가자들의 동의를 받지는 못하였다. 이들 일본인 연구자들은 국가주의적 역사인식을 초월하여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역사인식을 드러냈으나, 보편적 설득력을 얻지는 못한 것 같았다. 중국학자들은 대체로 일본의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중국의 역사교육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교과서연구소의 팔크 핑엘(Falk Pingel) 부소장은 물론, 독일에서 온 학자들은 동아시아의 역사분쟁과 교과서문제에 대해 의외로 잘 알고 있었으며,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번 학술대회 공동개최 및 현지 조사의 성과의 의의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 역사갈등의 현상에 대한 한ㆍ중ㆍ일ㆍ독일 등 당사자 간 진지한 논의 및 해법 모색 ▲독일 등 유럽학계와 중국, 일본 등 주요 연구자들에 본 재단의 위상확립 및 역할을 각인한 점 ▲재단과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의 파트너쉽 확립 및 중장기 우호협력 의사 확인 ▲보편적 가치와 관점을 갖지 못한 연구성과는 유럽 등 국제학계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 ▲금번 학술대회 발표 연구성과의 국제적 확산 및 재단 발간물 활용 잠정 합의 ▲베를린 유대인학살추모기념관과 독일역사박물관 조사 등을 통해 과거사 반성과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독일 당국의 자세 확인(일본과 대비) ▲독일 현대사 및 과거사 청산작업 관련 자료 및 도서 등 30여점 수집 등의 성과를 들 수 있다. 이밖에 연구소측과 교사와 학생 등의 국제교류 사업에도 협력키로 하였다.

우리 재단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독일 국제교과서연구소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우리의 입장을 유럽 등 국제사회에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주요한 파트너쉽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