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클리셰' 아닌 진짜 독도를 마음에 새기다
영화사전에는 클리셰(Cliché)라는 단어가 있다.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쓰여 뻔하게 느껴지는 표현이나 캐릭터, 영상 스타일 등을 포괄해서 칭한다. 클리셰란 결국 비판 없이 반복되는 특성이라고 의미를 규정할 수 있다.독도를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독도는 클리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배경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독도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수많은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속 독도 풍경 사진들은 늘 일정한 장소에서 동일한 앵글로 습관적으로 찍혀 왔다. 그리고 복제한 듯,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독도에 관한 관념과 의미 심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독도를 우리의 땅으로 인정하긴 한다. 그러나 그것은 확고한 개념 속에 존재하는 ‘인정’이 아닌, “클리셰” 같은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습관적 의미에 머물러 있는 독도를 진정한 의미로 승화시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밟고, 그곳에서 숨 쉬어 보는 것이다.▲ 독도 남동쪽 암벽에 새겨진 ‘한국령(韓國領)’ 표시영화감독들, 독도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설레다예술가에게 우리 땅 독도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문화예술인 울릉도 독도 답사’가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 동안 열렸다. 이번 답사팀에는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임순례, 정윤철, 장철수, 봉만대 감독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감독 12명이 대거 참여하였고, 예술인복지재단 소속 예술가와 기관 담당자, 그리고 동북아역사재단의 유관 기관 직원들도 동참하였다. 10월 11일 오후 6시 무렵, 동해시에 마련된 숙소에 모인 참가자들은 가벼운 상견례를 하고, 서로 안전한 답사를 기원하였다. 그날 밤, 문화예술인들은 마치 소풍 전날 어린아이들처럼 설렘 가득한 마음에 쉽게 잠들지 못하였다. 다음날 아침, 답사팀은 동해항에서 여객선에 올라탔다.4시간이나 되는 긴 항해 시간 동안 몇몇 감독들은 난생 처음 멀미를 경험하기도 했다. 스타일이 생명인 감독들에게 속 울렁거림은 배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축
글 하원준 (영화감독)